코로나19 경제 위기 속에 정부가 역대급 대규모 ‘벚꽃 추경’을 내놓으면서 재정건전성 우려도 함께 커진 가운데, 증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21년 첫 추가경정 예산안의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출 기준으로 지난해 3차 추경(23조 7천억원)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추경(17조 2천억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큰 추경안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채를 9조 9천억원 발행할 계획으로, 이대로라면 국가채무도 965조 9천억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도 지난해처럼 추경이 계속 편성된다면 국가 채무가 1천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최근 여당 일각에서도 증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의원은 지난달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증세하지 않고 위기극복 재원을 다 마련한다는 것은 지금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SNS를 통해 “OECD 절반에 불과한 복지를 증세를 통해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대선 등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각종 복지 공약을 추진하면서 증세 논의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추경예산안 등을 브리핑하면서 “이번 추경을 편성하면서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며 “증세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장기화될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본격적인 증세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남대학교 정세은 경제학과 교수는 “물론 경제 위기 상황에서 증세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도 “재원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사각지대 없이 두텁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세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정 교수는 “예를 들어 자영업자는 지원대상이지만, 그 사업장에서 고용보험도 가입하지 못하고 일하던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없다”며 “그동안 정부 대책에서 계속 빠져있던 임시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사각지대는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고소득층 증세가 이뤄져서 여론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세대학교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세, 부동산 관련 세금, 법인세 등이 이미 인상된 상황에서 또 증세를 얘기한다면 이미 세금을 많이 낸 사람에게 세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아닌 선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예타조사가 없는 대규모 국책사업까지 추진한다면 증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할 공감대가 없다면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진 점을 고려하면 한시적인 형태라도 ‘부자 증세’를 추진할 필요가 크다는 반박도 나온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코로나19 경제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찾아왔다”며 “안정된 직장이 있는 대기업, 제조업 대형 사업장의 노동자는 충격이 없었고, 반도체 등 분야는 가전제품 시장의 특수로 오히려 돈을 많이 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건전성 때문에 돈을 쓰지 못한다면 우선순위가 잘못된 생각”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서 추가적인 지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라도 세금을 더 거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