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봉인돼 있던 싸이월드가 부활한다. 싸이월드는 3200만명이 이용했던 토종 SNS다. 이르면 3월 중으로 기존 싸이월드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 5개 기업이 꾸린 컨소시엄이 운영권 양수…상반기 내 ‘모바일 3.0’ 출시
2일 IT업계에 따르면, 신설 법인 ‘싸이월드Z’는 최근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싸이월드 서비스 운영권을 양수했다.
싸이월드Z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엔엠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법인이다. 컨소시엄 측은 스카이이엔엠 외 다른 4개사는 현재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2주면 가능한데, 많은 분이 접속하실 것 같아서 내부 베타 서비스를 2주가량 돌려보고 오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내 ‘싸이월드 모바일 3.0’ 베타 서비스가 시작한다. 싸이월드Z는 전문 외주업체에 모바일 3.0 서비스 개발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PC 기반으로 2001년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도토리’, ‘일촌 맺기’ 등 수많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급기야 지난 2019년 10월 서비스 중단으로 회원들의 수많은 자료가 추억 속에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 ‘도토리’ 다른 이름의 가상화폐로 재탄생…”임금 체불은 80% 해결”
싸이월드에서 일종의 화폐로 유통, 아바타·음원 구매 등에 쓰였던 ‘도토리’는 가상화폐로 재탄생한다. 싸이월드Z는 가상화폐를 상장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진화한 ‘도토리’ 모델이라고 보면 되는데, 다만 도토리라는 이름은 SK커뮤니케이션즈 것으로 돼 있어서 쓸 수 없다”며 “조만간 대형 거래소에 상장을 발표하면서 코인 이름 등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제완 대표는 자신이 기존 직원에게 체불한 임금 액수인 10억원을 컨소시엄으로부터 받고 싸이월드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 대표는 “전 대표가 체불 임금의 80%가량은 해결했으며, 20%는 직원들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지만 전 대표가 계속 직원들을 찾으면서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전 대표는 직원 27명의 임금·퇴직금 4억 7천만원 상당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6억원 상당 임금 체불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 보상 기회를 부여한다며 그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전 대표는 혐의는 인정하지만, 인수 작업이 끝난 뒤 다시 판결을 받아보겠다면서 항소했다.
한편, 3200만 명의 추억이 담긴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 소식에 기존 회원들은 반색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오랜만에 친구 방명록에 글 남겨야지”, “폰에서 해보고 싶다”, “국산 SNS 흥하라”, “재개되면 꼭 다들 이용합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싸이월드Z는 “서비스 중단 직전까지도 매월 1천만 명이 로그인한 싸이월드가 14개월만의 서비스 재개를 통해 단숨에 기존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싸이월드에는 100억장이 넘는 사진과 1억개가 넘는 동영상이 저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