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메모리얼데이(현충일)인 25일(현지시간) 근 10주 만에 처음으로 외부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느라 자택에서 온라인 선거활동만 벌이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현충일 헌화 행사를 가진 것이다.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근의 참전용사 기념관을 찾았다. 또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 흰장미 화환을 헌화하며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AP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 3월 1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예정한 경선 유세를 급거 취소하고 자택 대피령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이 3월 12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15일 워싱턴DC의 방송 스튜디오에서 토론한 것이 마지막 대외 일정이었다고 전했다. 거의 10주 만에 외부 공식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행사 내내 검은색 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출하거나 공공장소를 찾을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정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거나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지침을 어긴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역사 성지인 맥헨리 요새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바이든은 기자들에게 마스크를 쓴 상태로 “집밖에 있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헌화식에 나온 십여명의 참전용사 등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경례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철저히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외 일정과 관련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대선 경합주를 중심으로 외부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경제활동 정상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고 있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외출하지 않는 것이 건강과 경제 위기 속에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왔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바깥에 더 많이 있을수록 그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 때문에 나의 여론조사 수치는 더 올라간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기도 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충일 연휴인 23~24일 이틀 연속 골프를 친 것을 놓고도 충돌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현충일 연휴에 한가하게 골프를 쳤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광고를 링크하고 “대통령은 골프장의 카트 위에서 트위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경멸적인 별명인 ‘졸린 조’로 칭하며 “그들(언론)은 졸린 조의 형편없는 직업윤리나 오바마(전 대통령)가 골프장에서 보낸 그 모든 시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언론과 바이든을 향해 분만을 터트렸다.외신은 이날 바이든의 외출이 외부 행사 재개를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주목했다.
AP는 유세나 전당대회 같은 전통적 방식의 행사는 의문이 있지만 바이든이 대선까지 남은 5달 남짓한 기간 집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