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엘멘초” 마약조직 선물에 감사인사하는 멕시코 아이들

“고마워요. 멘초님!”

광장에 모인 아이들이 누군가의 구령에 맞춰 한목소리로 외친다. 머리 위로 번쩍 쳐든 손에는 장난감 등이 들려있다.

29일(현지시간) 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14초 분량의 이 영상은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의 한 마을에서 촬영된 것이다.

아이들이 소리 높여 고마움을 전하는 대상인 ‘멘초님’은 ‘엘멘초'(El Mencho)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멕시코 신흥 마약왕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다.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을 이끄는 그는 미국과 멕시코 당국의 추적을 받는 대표적인 마약사범이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1천만 달러(약 109억원)의 현상금을 내건 상태다.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이 영상은 CJNG가 주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과 간식 등을 나눠준 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CJNG를 비롯한 대형 카르텔이 근거지 주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등 선물이나 재난 구호품을 나눠주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도 여러 범죄 조직이 빈곤층 주민에게 생필품을 나눠줬다.

경쟁조직이나 공권력은 물론 민간인을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주민들에게 의적 이미지를 심어주며 환심을 사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특히 오세게라처럼 도주 중인 이들은 주민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린이들과 일부 어른들이 함께 등장하는 이 영상을 누가 찍어서 올렸는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찍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 인포바에는 아이들이 범죄 조직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 영상이 “개탄스러운 영상”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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