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나는 친(親) 러시아가 아니며, 누구의 지지자도 아니다”면서 “나는 단지 이 나라가 안전해지기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러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계기로 ‘반역자’ 논란이 불거지자 서둘러 해명에 나선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 ‘터커 칼슨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여러분이 알다시피 러시아와 미국은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관리한다. 러시아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전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녹화됐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의 최대 적(敵)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 협력할 수 있고, 잘 해나갈 수 있다. 모두가 잘 지낼 수 있으며 우리는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과 싸운 구소련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는 5천만 명의 목숨을 잃고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도록 도왔다. 나는 ‘러시아가 정말로 우리를 도왔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자신을 공격한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거론하며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반역적인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브레넌이 매우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감시 하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는 매우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레넌이 CIA 국장일 때) 발생한 모든 일을 살펴본다면 여러분은 속임수와 거짓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브레넌 전 국장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벌어진 2016년 CIA를 지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레넌 전 국장을 ‘러시아 스캔들’ 사건을 수사하다가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앤드루 매케이브 부국장 등에 비유하면서 “내 생각에 이 사람들은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라고 거듭 공격했다.
이민 문제를 놓고는 유럽과 민주당을 정조준하면서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을 옹호했다.
‘대량 이민으로 발전된 나라가 유럽에 있느냐’는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유럽의 이민정책은 재앙이다. 당신들이 유럽을 망치고, 유럽의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그곳에서 범죄율이 올라가고 있다”라며 유럽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이름을 콕 집어 “앙겔라는 수백만 명을 독일로 받아들이기 전까지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자신의 이민정책으로 크게 상처받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국 정치권으로 화살을 돌려 “민주당은 열린 국경을 원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범죄를 원한다’고 말하는 셈”이라면서 “우리는 세계 최악의 이민법을 갖고 있다. 민주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민법 개정에 협력할 것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