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부유한 국가들이 미군 주둔 비용을 충분히 내지 않는다’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전날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주권침해성 발언이라는 논란을 키운지 하루 만에 또 다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프로그램인 ‘폭스앤프렌즈’와의 전화인터뷰 말미에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끔찍한 무역협정과 함께 끔찍한 군사 계약도 있다”면서 “우리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같은 부유한 나라들을 지켜주는데 그들은 비용을 내지 않는다.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뿐만 아니라 꾸준히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9일 아이오와 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는 한국에 배치한 사드 비용이 1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것을 미국이 지불했다면서 미군 장성들에게 사드를 미국으로 되가져오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유엔총회 기간 중 뉴욕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솔직히 이 게임(연합훈련)에 당신들(한국)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무역 흑자를 가져가는 부자 나라의 군대에 돈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는 현재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과 맞물려 한국 쪽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승인 없이는 그들(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해 논란을 증폭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인 5.24 조치 해제 움직임을 직접 거론하며 제동을 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의 독자제재 해제 권한은 한국 정부가 갖고 있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도 미국의 승인이 아니라 유엔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을 둘러싸고 ‘주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미국의 뉴욕타임즈와 영국의 가디언 등 외신들은 ‘5.24 제재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국정감사 발언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제재 해제 검토 입장에서 물러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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