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근교에서 목이 매달린 흑인 사체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흑인 차별 문제가 불거진 미국 사회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유족들은 자살과 선을 긋고 있어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폭스뉴스 계열인 ‘폭스40’, LA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은 최근 LA 근교 도시인 팜데일 시청 근처 나무에서 목 매단 흑인 청년의 사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흑인 청년의 이름은 로버트 풀러(24). 그는 최근까지도 흑인 사망 시위에 참여했으며 유족 측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그는 자살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최초 발견 당시 수사 당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수천명의 시위대와 15만 명의 온라인 청원 동의자들이 재수사와 부검을 촉구하자 이 같은 발표를 철회했다. 경찰은 풀러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LA타임스는 “풀러의 추도식에 참석한 시위대들은 그 죽음에 분노와 좌절감을 표현했고, 당국이 이를 자살로 규정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본다”라고 경찰의 은폐 의혹을 전했다.
문제는 불과 2주 전 팜데일 인근 도시 빅토르빌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말콤 하쉬(38)는 지난달 31일 빅토르빌 시립 도서관 인근 나무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경찰 측은 사인을 코로나19 생활고로 인한 ‘자살’로 추정 중이지만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아직 확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쉬의 가족 역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쉬는 우울해 보이지 않았고, ‘자살’이라는 설명도 믿기 어렵다. 그는 최근 자기 자녀들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현재의 인종적 긴장 상태를 고려하면, 나무에 목을 매고 사망한 흑인의 모습은 확실히 이질적이다. 우리는 경찰의 안일한 변명이 ‘정의’가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인근 지역들에서 며칠 간격으로 유사한 사인의 흑인 사체가 발견되자 일각에서는 각 사건들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흑인들 시신을 전시하듯 목을 매다는 수법은 악명 높은 백인우월주의단체 KKK단의 소행과 유사해 논란이 불가피해보인다.
민권 변호사위원회 크리스틴 클라크 대표이사는 두 흑인 중 로버트 풀러가 사망한 지역인 팜데일에 대해 “최근 몇 년 동안 팜데일은 KKK단의 ‘교수형’ 전시가 일어난 현장이었다. 경찰은 그가 폭력 살인(린치·lynch)를 당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