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1년 안에 WMD와 탄도미사일 해체…북한 압박용 강온양면 전략?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1년 안에 해체하는 방안을 마련해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는 6일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후속 고위급 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미국CBS의 일요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우리는 계획을 만들고 있다.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1년 안에 해체하는 방안에 대한 것이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조만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안에 핵무기 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까지 해체할 방안을 미국이 구상 중이며, 이 방안을 북한에 제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고 협조만 잘 해준다면 아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제재가 해제되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지원도 흘러들어오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빨리 움직이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 존 볼턴 “1년 안에 WMD와 탄도미사일 해체”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시간표는 앞서 북미 정상회담 직후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주요한 무장해제’의 시한인 2년 6개월보다도 훨씬 단축된 것이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5일 “북한에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timeline)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0년간 북미가 갈등을 빚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지 2주도 안된 시점에서 “북한에 세부적인 로드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최근 ‘칠면조 요리를 너무 빨리 오븐에서 꺼내면 안 된다’며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이 1년 내 무장해제 방안을 꺼내든 것은 다소 의외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즈(NYT)는 이날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이 그렇게 빨리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볼턴 보좌관이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발언을 내놓은 속내는 무엇일까.
NYT는 이날 분석기사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방안들을 물색해 왔으며, 정부 안팎의 전문가와 보좌관들로부터 몇가지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제안들은 북한의 모든 무기와 생산시설, 미사일 등을 신고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숨기려 한다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자진신고는 북한의 정직을 시험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 북한 압박용 강온양면 전략?
특히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강성 발전소로 알려져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 비밀 공장을 북한이 신고할지 여부를 눈 여겨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비밀 공장이 신고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협상은 좌초할 수도 있다는 것.
NYT는 또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기 때문에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려는 노력은 더욱 시급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북한에 일정한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고, 그 첫 단계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물질, 핵 관련 시설들에 대한 숨김없는 자진 신고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북미 후속 협상의 관건이라는 뜻이다.
이에따라 미국에서 북한이 핵 물질 생산이나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내용의 정보당국 보고서가 흘러나오고, 존 볼턴 보좌관이 1년 내 무장해제 방안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후속 협상에 앞서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 폭스뉴스의 인터뷰가 방송된 날, 볼턴 보좌관이 ‘1년 내 무장해제’를 들고 나온 것은 전형적인 강온 양면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북미 후속 협상을 앞두고 결국 볼턴 보좌관이 또다시 배드캅으로 나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