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6명 중 2명 잃은 섬마을…”소중한 아이들이었는데 믿을 수 없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던 지난 6일 밤,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의 시골 마을 마비초(眞備町).
폭우 소리를 뚫고 “파자마(잠옷)을 입은 채로 도망치세요”라는 긴급한 목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이 시골에서 가장 높은 3층 건물의 노인 요양시설 ‘실버 맨션 히마와리'(해바라기)에서 일하는 직원의 목소리였다.
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인근 둑이 무너지며 마비초는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며칠 전만 해도 멀쩡한 생활 공간이었던 4천600 가구가 물속에 잠겨버렸다.
히마와리 주변은 다른 작은 노인 요양시설이 많아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됐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시설의 노인들과 주변 주민 등 150명이 건물 3층에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보트 타고 인명 구조…”어제까지도 살아 있었는데…” 절규
당장 위험은 피했지만, 고립 상태가 계속됐다.
문제는 물과 음식이었다. 직원들은 옥상에 올라 ‘150명! 물 음식’이라고 적은 종이를 내걸고 지나가는 구조 헬기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애타게 손을 흔들었다.
다행히 만 하루가 거의 지날 무렵 구조 헬기가 도착했고 전원이 구조됐다.
일본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일간 쏟아졌던 폭우가 그치면서 가까스로 수마(水魔)를 피해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나 안타깝게 숨진 피해자들의 사연이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과 함께 드러나고 있다.
에히메(愛媛)현의 외딴 섬 누와지마(怒和島)에서 수마에 희생된 초등생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도 그중 하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고령화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유독 귀했던 이 섬마을의 초등학생은 불과 6명이었다.
이 중 밝은 모습으로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매 아이돌’로 불리던 히나타(초등학교 3학년)양과 유이(초등학교 1학년)양이 어머니와 함께 집을 덮친 토사에 희생됐다.
노래를 좋아해 조회시간마다 노래자랑을 했던 히나타양과 선생님 흉내를 잘내 주위를 즐겁게 했던 유이양.
자매의 죽음에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믿을 수 없다”며 충격에 빠졌다.
한 마을 주민(60)은 “후계자들이 적은 이 마을에서 열심히 자라고 있던 몇 안 되는 소중한 아이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번 폭우에서는 보트를 타고 직접 사람들을 구조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보트로 지인 가족을 구조했다는 40대 남성은 “차로라면 눈감고도 1~2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보트를 2시간 저었다”며 “창가에서 손전등을 들고 살려달라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보트를 타고 구조를 나간 아들에게서 친정 어머니의 주검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오카야마현의 한 여성은 “어제까지도 살아있었는데…”라고 절규했다.
친정 부모님 중 아직 아버지의 생사는 확인이 안된 상황.
이 여성은 “아버지는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상황이 안 좋을지도 모른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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