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대비 출산율 저조·급속 고령화, 월등한 가계부채
체감도 낮은 ‘3만달러 시대’…삶의질 올려 성장동력 확보해야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로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이 확인돼,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이른바 ’30-50클럽’ 가입국이 됐다. ’20세기 열강’이 아닌 나라로는 최초인 괄목할 성과지만, 성장동력 유지를 위해서는 성과의 분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세계은행(IBR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 이상에,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 6개국 뿐이다. “지난해 1인당GNI가 3만1000달러를 넘었다”는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이 범주에 든다.
이같은 경제규모를 갖춘 국가를 국내에서는 30-50클럽으로 칭한다. 이 용어는 ‘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명’을 20-50클럽으로 명명한 한 신문사의 7년전 기사를 시작으로 개념이 확장·고착됐다. 당사국간 협의체조차 없음에도, 이 용어는 ‘일정 규모의 경제강국’을 표현하는 기준이 됐다.
같은 범주의 다른 6개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소득증가율에서 압도적 실적을 올렸다. 세계은행 통계상 2000년 대비 2017년 1인당GNI 증가율은 164.25%나 된다. 독일(65.93%), 미국(61.55%), 프랑스(51.03%) 등이 뒤를 이었고, 일본은 이 기간 6.40% 증가에 그쳐 꼴찌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통계로는 소득불평등도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다.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불평등하다는 의미인 ‘지니계수’가 우리나라는 0.295로 독일(0.293)이나 프랑스(0.295)만큼 낮았다. 다른 나라들은 0.3을 웃돌았으며 미국(0.390)이 가장 불평등했다.
청년실업률(세계은행 2017년)은 10.40%로 미국(9.24%)이나 영국(12.08%)과 비슷했는데, 일본(4.60%)·독일(6.76%)에 비해 높지만 이탈리아(34.74%)·프랑스(22.29%)보다는 낮았다. 연봉 환산 실질최저임금(OECD 2017년) 1만6116달러는 꼴찌인 미국(1만5080달러)만 간신히 제쳤으나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되면 순위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는 2만달러가 넘었다.
혁신 면에서도 준수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2017년 내국인 특허출원수는 15만9084건으로 미국(29만3904건), 일본(26만290건)에 이어 3위였다. 격년 평가되는 OECD 공공데이터개방(OURdata) 지수는 2017년 0.94점(1점 만점)으로 2연속 세계 1위를 하며 정보화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부정적 지표도 많다. 2017년 OECD 기준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율은 185.88%로 2위인 영국(148.94%) 등 6개국 모두를 압도했다.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같은 해 OECD가 평가한 삶의질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도 조사대상 38개국 중 하위권인 29위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율(세계은행 2016년)은 1.17명으로 이탈리아(1.35명)나 일본(1.44명)보다 낮은 꼴찌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세계은행 2017년)은 13.91%로 최저였지만, 고령화 속도가 문제다. 2000년 대비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93.71%로 2위 일본(59.25%)을 누르고 1위다.
가계의 구매력 감소와 삶의질 하락, 고령사회 전환 등은 경제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바닥을 기고 있는 출산율은 직접적으로 인구감소를 유발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대 들어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1인당GNI든 인구든 어느 쪽도 기준선 이상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른 나라도 국민소득이나 인구가 하강곡선을 그린 사례가 있다. 일본은 2010년대 초반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5만달러를 목전에 뒀던 국민소득도 최근 3만달러 후반대로 미끄러졌다. 이탈리아도 2010년을 전후해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육박하다 추락해 3만달러 초반에 머무른다.
궁극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소득 증진을 바탕으로 삶의질을 올려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 하위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대비 7% 감소한 반면, 상위20% 가구는 8.8% 늘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투자·고용 증가세 둔화로 실질임금이 제자리걸음하는 탓에 소득 3만달러 시대가 체감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3만달러 시대는 국민 모두가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해 만든 놀라운 성과지만, 소득 하위계층은 양극화와 불평등 속에 민생고를 겪는다”며 “최저임금과 복지제도 강화 등으로 3만달러 시대의 혜택을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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