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목소리 높아져
영국 “中 정부 대화에 참여해야” 타이완 “자유 홍콩 지지”
지난 9일 100만 명이 넘는 홍콩시민들이 반대시위에 참여한데 이어 12일에는 수 만명의 홍콩시민들이 경찰과 투석전까지 벌이며 극력 반대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타이완(臺灣), 홍콩을 지배했던 영국이 공개적으로 중국과 홍콩 행정당국을 비판하는 한편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섰다.
◇ 美 공격적으로 나서는 의회, 유보적 입장 보인 트럼프
미국은 특히 의회를 중심으로 홍콩시민들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범죄인 인도법은 반체제인사를 침묵시키기 위해 법을 짓누르고 홍콩민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뻔뻔한 의향을 보여준다”며 중국 정부와 홍콩 행정당국을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제임스 맥가번 하원의원은 “평화로운 집회 참여자들이 홍콩 치안 경찰의 끔찍한 폭력에 맞닥뜨리는 것에 대해 초당적인 분노가 있다”며 미국 의회내 분위기를 전했다.
맥가번 의원은 홍콩이 미국으로부터 무역과 경제의 특별대우를 받을 만한 자치권을 가졌는지 결정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법제화 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행정부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위해, 홍콩을 위해 그것이 모두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중립적인 의견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시위 이유를 이해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것을 대비해 일단 명확한 입장 표명을 보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케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회담할 때 그것(홍콩 문제)도 거론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위대가 극구 반대하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해서는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홍콩의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마틴 리 전 민주당 창당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홍콩 정부가 제안한 범죄인 인도 관련 법률 개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 英 “中 홍콩시민들과 대화에 참여해야”, 타이완 “자유로운 홍콩 지지”
1997년 중국으로 반환하기 전까지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은 중국에 대해 대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하원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서 홍콩 상황과 관련해 “홍콩에 많은 수의 영국인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잠재적인 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인 인도 법안’은 영·중 공동선언에서 정한 권리 및 자유와 긴밀히 연결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 역시 중국 정부가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트 장관은 “현재 홍콩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대중의 큰 우려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모든 이행당사자가 차분하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크 필드 영국 외무부 아시아 담당 부장관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자율성과 사법 독립성을 지키는데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영국의 원로 정치인 크리스 패튼도 “홍콩의 법치주의에 끔찍한 타격(terrible blow)을 줄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법안’을 공격했다. 패튼 전 총독은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법적인 구멍을 막기 위해 법안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완전한 난센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중국과 군사·정치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臺灣) 총통은 “홍콩 정부가 평화로운 시위자들에게 극도의 충격을 받았다”며 “자유로운 타이완은 자유로운 홍콩을 지지한다”며 시위대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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