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운전·축구장 입장 허용 등 왕세자의 개혁정책 일환 분석
엄격한 이슬람 율법의 지배를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영방송 최초로 뉴스 프로그램에 여성 앵커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 언론인 윔 알 다킬은 지난 20일 사우디 국영방송 알 사우디야에서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 뉴스 프로그램에 남성 앵커와 공동 진행자로 첫선을 보여 여성 차별이 여전히 만연한 사우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 직후 사우디 소셜미디어(SNS)상에서는 알 다킬의 등장을 반기며 여전히 심각하게 보수적인 사우디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알 다킬은 이전에는 CNBC 방송 아라비아에서 기자로 일했고 바레인에 있는 알-아랍 뉴스채널에서도 진행을 맡은 바 있다.
알 사우디야는 사우디 문화정보부가 운영하는 방송국으로, 이런 움직임은 사우디의 실세인 33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 프로그램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친 살만 국왕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빈살만 왕세자는 ‘은둔의 오일 왕국’ 사우디를 현대적이고 온건한 이슬람국가로 개혁하기 위한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추진해왔다.
이런 정책에 따라 최근 사우디에서는 그동안 종교·관습적으로 금기시된 여성의 사회·교육·경제 활동 참여에 빗장이 풀리고 있다.
그 결과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는 지난 6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금지되던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이 허용됐으며 직업 선택의 폭도 서서히 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톰슨 로이터 재단이 지난 6월 발표한 여성문제 전문가 55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사우디는 인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소말리아와 함께 세계에서 여성에 가장 위험한 5개국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사우디는 여성의 경제적 기회와 차별정책 등에 관한 조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여성이 살기에 나쁜 국가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성차별 문제는 여성 인권을 제약하는 관습인 ‘남성 보호자(마흐람) 제도'(주요한 법적 행위에 보호자 자격의 남성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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