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 톈안먼 30주년 맞아 거친 설전, 중국 미국 관광과 유학까지 사실상 제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이제는 양국 갈등이 사회·정치 분야 전면전 양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이었던 4일 미국과 중국은 톈안먼 시위를 둘러싸고 격렬한 설전을 펼쳤다. 미국에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총대를 멨다. 미국 국무부는 매해 톈안먼 시위 기념일을 맞아 국무장관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왔다.
하지만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은 그 어느 때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비난했다. 우선 “1989년 6월4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톈안먼 광장으로 탱크를 보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만연한 부패 종식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30년 전 톈안먼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시위자들이 중국정부로부터 ‘지독하게’ 고통받았으며 사망자 수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귀감이 된 그들의 용기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몇 달 후 이어진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 등 전 세계를 걸쳐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해온 미래 세대에 영감의 원천이 돼왔다”며 톈안먼 시위대를 극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당 체제의 중국은 반대를 용인하지 않으며 그 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면 언제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에 의해 마구잡이 연행이 있었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상황을 ‘신종 인권유린 실태’라고 거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희생당한 많은 이들에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규명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격렬한 비난에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일부 인사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구실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며 자국 내의 문제는 못 본 체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은 이미 그들의 위선과 음흉한 속셈을 간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겅 대변인은 “이들의 잠꼬대 같은 터무니 없는 소리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국을 모독하고 내정간섭하는 일을 중단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톈안먼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설전은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양국 갈등이 정치·사회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이날 미국 유학에 이어 관광에도 주의보를 내리며 미국 관광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보복 대상을 관세나 희토류 등 경제분야에서 사회·문화적 대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중국 교육부는 전날에는 미국 유학 비자 발급 등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2019년 제1호 유학 경계령’을 발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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