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제한 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 급부상에 중국 매체 노골적 불쾌감.
6·12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중국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북미 양국이 판문점 협상에 이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전격적인 미국 방문으로 협상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이 좀처럼 중국에게 움직일 여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求時報)는 5일 사설에서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3국에 의한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날 사설은 “남·북·미의 종전선언 추진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이런 (중국이 빠진)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며 결국 법적 효력이 약할 수밖에 없고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선언 체결에 있어서 중국이 빠지면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상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은 분주히 뛰어다니는 한국보다 중국이 더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는 직접적 비판 배제한 채 중국 역할론 부각에 주력
하지만 중국 매체들의 불편한 심기는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한과 북미간의 긴밀한 접촉을 환영하며 북미정상회담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 방문을 마쳤는데 북미가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긴밀한 소통을 했고 진전을 거뒀다”며 “이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정확한 길에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으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며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중국이 참여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 대변인은 이날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추진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계속해서 마땅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31일 발언과 비교하면 오히려 ‘정전협정’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이 빠지며 후퇴한 셈이다.
막다른 길에 놓인 중국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미국이 북핵 해결 협상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제외하려 해도 이를 저지할만한 마땅한 외교적 카드가 없다는 점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시도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회담 취소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바 있다.
북한이 바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며 극적으로 회담이 재개될 수 있었지만 중국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희미해졌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과 3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이례적으로 2차례나 중국을 방문하며 양국이 급속도로 밀착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 패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회담 참여 대신 다른 길 선택하나…
중국이 일관되게 북미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터라 종전선언에 중국이 배제됐다 해서 북미 정상회담 자체에 어깃장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보니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종전선언 참여를 포기한 대신 향후 있을 평화협정 참여 쪽으로 전략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고 반대도 여의치 않은 정전선언 참여를 고집하느니 미국에 대승적 양보로 명분을 쌓고 이를 평화협정 참여의 도구로 사용하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c) 노컷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