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정상회담 성공 기원 공식 입장에도 일각에서는 급속한 북한과 한미 관계 개선 부담감 표출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북한과 한미간 급속한 관계 변화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가 복잡하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노선에 환영일색이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선언하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핵실험을 중단하고 경제 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북한의 선언에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담화에서 “북한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 정세를 한층 더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우리는 북한이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수준 향상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과를 얻기를 축원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의 완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듯한 발언까지 나왔다.
루캉 대변인은 23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반도 정세가 한층 더 완화될 수 있고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담판을 통해 평화적인 해결의 궤도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을 국제사회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일각에서 북한의 이번 결정으로 국제 사회가 대북제재를 완화 또는 일부 취소해야 한다고 하는데 중국은 안보리 대북 결의를 정확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발언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앞서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매체들이 제기한 제재 완화 필요성에 동조하는 듯한 어조였다.
불안한 마음 가진 중국
하지만 공식적인 환영 분위기와는 별도로 중국 일각에서 북한의 급속한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과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북미 관계의 급속한 호전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위원장의 방중과 쑹타오 환대가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해서라기 보다는 미국과 회담을 앞둔 협상카드로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중국 외교부 논평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결정에 대한 외교부 담화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6월 방북설과 관련해 “고위급 교류는 북중 관계 발전에 있어 중요한 추진 작용을 한다”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NYT, “중국, 소외감 느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심지어 ‘중국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많은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 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 무역과 안보에서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통 큰 거래'(a grand bargain)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콩 링난(嶺南)대 장바오후이(張泊匯)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나 혹은 통일된 한국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남북한이 느슨한 형태로 통일하고 미군이 남한에 그대로 주둔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모부이자 대표적 친중파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달리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는 점도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 내 일부 세력이 북한과 한미 관계의 급속한 정상화에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중국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다수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남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게 될 경우 이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게 되고 중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며 “중국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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