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배분과 기후위기의 공동 대응, 미래세대 존중을 강조했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여러 해외 정상들 중 유일하게 SDG 모멘트에 초청된 문 대통령은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포용적 미래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은 코로나로 인해 지체되었지만, 코로나는 역설적으로 그 목표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일깨워줬다”며 “우리는 단지 위기 극복을 넘어서서 ‘보다 나은 회복과 재건’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포용과 상생의 마음을 즉시 함께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코로나 백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평한 접근과 배분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코백스(COVAX·코로나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2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고, 글로벌 백신허브의 한 축으로서 백신 보급과 지원을 늘리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대응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구는 예상보다 뜨거워지고 있으며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목표에 선진국과 개도국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 선진국들의 경험과 기술이 개도국에 공유되고, 전수되고,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국은 그린 뉴딜 ODA를 확대하고,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경험과 기술을 공유해 개도국의 녹색회복과 탄소중립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활용’이 중요한 점을 짚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는 한편으로 새로운 격차와 불평등을 낳고 있다”면서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는 포용적인 디지털 전환과 그린전환을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6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출국을 위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아울러 문 대통령은 “미래세대를 존중하며 세대 간 공존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대 간 생각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야 한다”며 “모든 세대는 국적과 인종, 성별을 뛰어넘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지구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빈곤과 불평등, 기후변화와 같은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위기에 대해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는 것은 기성세대의 의무”라며 “미래는 미래 세대의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 말미에 문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초청된 BTS를 직접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 청년들과 교감하고 있는 탁월한 청년들, BTS가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함께하고 있다”며 “최고의 민간 특사, BTS와 함께 하는 오늘의 자리가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미래세대의 선한 의지와 행동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은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국제협력의 여정에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DG는 2015년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인류의 2016~2030년 공동 비전이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인간·지구·번영·평화·파트너십 등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가야 할 방향이 17개 항목의 목표로 정리돼 있다.
유엔은 지난해를 2030년까지 SDG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의 10년’ 원년으로 발표했으며, 유엔 사무총장 주도로 각국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인 ‘SDG 모멘트’를 연례적으로 열기로 했다.
두번째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유일한 국가 정상으로 참여해 대표발언을 맡았고, BTS는 대통령 특사이자 청년 대표로 초청돼 발언 및 영상 퍼포먼스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