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반독점 조사 착수
기술업계 타격 불가피…천문학적 벌금 우려도
최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을 대상으로 반독점 위반 조사에 착수하면서 IT 업계에 블록버스터급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이들 기업에 대해 “매우 반독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에서도 기술 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거대 기술기업의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공화당은 이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반(反)보수 편향성’을 지적하며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트럼프·공화당·민주당 모두 반독점 위반 지적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IT 업계에서는 이같은 비난이 일방적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들 기업에 대한 수 차례 반독점 조사와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면서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각종 비난과 반독점 조사에 대해 이들 기술 빅4 기업들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CBS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든 애플이 독점 기업이냐 아니냐를 보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애플이 독점 기업이라는 결론에 이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시장에서도 지배적인 위치를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독점 기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워렌 상원의원의 ‘해체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 시각차를 보였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지난 4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마존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소규모 기업”이라며 “우리가 활동하는 국가에는 규모가 훨씬 더 큰 소매업체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술 기업에 대한 반독점 혐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단서가 된다.
◇ 애플·아마존·페이스북·구글 반독점 위반 의혹
■ 애플이 독점하는 앱 시장= 애플을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은 앱스토어 통제권에 관한 문제로 업계로부터 크게 두 가지 반독점 위반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는 지난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애플을 반독점 위반으로 제소했다. 스포티파이는 “다른 앱 개발자들에게 고의적으로 불이익을 주기 위해 애플이 이용자와 심판 모두로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스포티파이가 단순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평가절하 했다.
한편에서는 애플이 최근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자녀보호 기능 ‘스크린 타임’을 지원하면서 앱스토어 내 화면 시간 및 자녀보호 앱 17개 중 11개를 제거하거나 제한 한 것이 갈등으로 촉발했다.
300만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인기 자녀보호 앱 ‘아워팩트(OurPact)’는 지난 2월 앱스토어에서 퇴출되자 “애플이 어떠한 경고도 없이 우리를 느닷없이 때려눕혔다”며 “일부 개발자들은 앱스토어에 남기 위해 주요 기능들을 제거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우리 서비스와 경쟁하는 앱들을 포함해 모든 앱들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며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특정 기능을 바꾸도록 요규한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애플은 이어 “MDM 프로필이 위험한 목적에 사용돼 해커의 접속 경로로 악용되거나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는 발표를 내놨다.
로이터는 애플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 중 법무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애플 앱스토어 독점에 대해 소비자가 집단소송을 낼 수 있다며 “기업이 만일 소비자들이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값을 내도록 하는 불법적인 독점 행위에 연루돼 있다면, 소비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 구글, 검색·안드로이드·광고 지배력 남용=구글은 전 세계 사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가장 인기 있는 검색엔진과 애플을 제외한 전 세계 80% 이상을 점유율을 가진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소유하면서 반독점 행위에 대한 우려가 쌓이고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 3년 간 3차례에 걸쳐 EU로부터 반독점 위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7년 구글이 경쟁사보다 자사 쇼핑 서비스를 더 많이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27억달러, 2018년 안드로이드OS의 지배력을 남용한 혐의로 사상 최대인 50억달러, 올해 3월에는 구글 애드센스에 대한 반경쟁 관행에 대해 17억달러를 부과했다.
구글은 2017년과 2018년 부과받은 과징금에 대해 항소하기도 했지만 EU의 판결 이후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경쟁 브라우저를 선택하거나 앱 검색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법무부가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사 범위는 불투명하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워싱턴 행정부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의 애드테크, 개인정보침해, 구글검색 등 전방위에 걸친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아마존이 지배하는 거대한 소매 시장= 아마존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판은 비대해진 몸집에 있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소매 및 유통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아마존에 대한 시장과 판매업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프 베조스 CEO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마존은 여전히 작은 소매업 회사”라며, 이같은 근거로 “쇼핑의 90%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판매 시장의 절반인 49%를 점유한 반면, 점유율 2위인 이베이는 점유율 6%에 불과하다. 작년 매출은 2330억달러(약 275조원)에 달한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아마존이 자사 제품으로 소규모 경쟁자들을 언제 쓰러뜨릴지 결정할 수 있는 방대한 소매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규모 판매업자들에 대한 아마존의 관행을 비판하고 있다.
워렌 의원은 “아마존이 온라인 시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올 경우, 소규모 기업들은 당장 자신들의 이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트위터를 통해 “판매업자들은 매년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해 9월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예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판매자 데이터 사용에 관한 조사가 핵심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마존에 대한 조사는 연방거래위원회가 맡게 된다”고 전했다.
■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패밀리 앱 영향력= 페이스북의 반독점 위반 행위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소유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이른바 페이스북 패밀리 앱에 대한 지배력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 해체론은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틱스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 이후 탄력을 얻고 있다.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와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휴즈, 초기 투자자인 로저 맥내미의 동맹체였지만 최근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휴즈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3개의 상장회사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의 독점을 해체하고 회사를 규제해 미국 국민이 더 많은 책임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자, 저커버그 CEO는 이에 대해 “도움이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한 차례 반독점 위반 판결로 타격을 받았다. 올해 독일 반독점 기관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과 같은 외부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합하도록 사용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로이터는 페이스북의 반독점 위반 의혹을 조사할 기관으로 연방거래위원회가 지정됐다고 전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조사중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틱스의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 조사를 종결할 예정이며, 이 문제로 페이스북에 대해 최대 50억달러(약 5조9천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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