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더 잘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이용자들의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이나 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페이스북 연례개발자회의 ‘F8’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간섭 논란 및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등 제 3자 개인정보수집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이날 컨퍼런스를 시작했다.
저커버그 CEO는 기조연설에서 페이스북의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대대적인 기능 개선 사항에 대해 소개했다.
◇ ‘오큘러스 고(Oculus Go)’ 오늘 출시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하드웨어 및 플랫폼 개발 자회사인 오큘러스를 통해 독립형 헤드셋 ‘오큘러스 고’를 이날 출시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오큘러스 고’는 PC나 스마트폰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헤드셋이다.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에 비해 저렴한 199달러(한화 23만8천원)로, 그동안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졌던 가격문제도 해소했다.
스피커와 마이크 내장형으로 퀄컴 스냅드래곤 821 칩셋과 응답 속도를 끌어올린 WQHD(2560×1440 화소)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오큘러스는 “100개 이상의 새로운 콘텐츠를 포함해 총 1천여 개 이상의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앱이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콘텐츠를 즉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큘러스 고’는 오큘러스닷컴을 통해 한국과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23개국가에 판매되며, 미국에서는 아마존, 베스트바이, 뉴에그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베스트바이 소매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32GB와 64GB의 저장공간을 가진 ‘오큘러스 고’는 헤드셋과 콘트롤러, USB 케이블, AA형 배터리, 아이글래스 스페이서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23만8천원, 29만8천원이다. 한국 구매자는 충전 어댑터(220v)를 별도 구매해야 하고 가격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배송은 4일부터 시작한다.
저커버그 CEO는 “최초의 가장 저렴한 VR 헤드셋”이라며 “최신형 ‘오큘러스 리프트’를 포함해 최고 품질의 렌즈와 광학장치를 갖춘 제품”이라고 추켜세웠다.
한편, 오큘러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샤오미는 ‘오큘러스 고’와 동일한 하드웨어 스펙·디자인에 중국향 SDK를 적용한 ‘샤오미 VR 스탠드얼론(Xiaomi VR Standalone)’을 공개해 눈길을 끈바 있다.
◇ 페북 데이팅 앱?…’데이트 프로필’ 연말 베타 테스트
친구와 가족 중심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였던 페이스북 이른바 ‘데이팅 앱’을 내놓는다.
페이스북이 이날 공개한 ‘데이트 프로필’은 자신의 상태에 기존 친구에게는 공개되지 않지만, 별도의 ‘데이트 프로필’을 작성하면 관심사와 공통점이 비슷하고 친구에 기반한 데이트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이벤트 또는 그룹을 검색할 수 있다.
그룹을 선택하면 회원이 공개한 프로필을 클릭해 사진과 관심사를 볼 수 있다. 공개된 사진 중 하나를 선택한 뒤 ‘대화 시작’ 기능을 클릭하면 텍스트 전용의 개별 채팅을 상대에게 제안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그러나 “페이스북이 직접 데이트 상대를 추천하거나 연결시켜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결혼 커플 3분 1일이 온라인 만남을 통해 시작했고, 페이스북 사용자 2억 명이 자신의 프로필에 상태를 ‘싱글’로 표기하고 있다”며, “단순한 관계가 아닌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진정한 관계 구축을 목표하는 새로운 서비스”라고 말했다.
특히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의식한 듯 “데이트 기능은 설계 시작부터 사생활 보호와 안전을 염두해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에 출시된 수많은 데이팅 앱이 성매매나 불건전한 만남, 범죄 등에 이용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 페이스북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올 하반기 베타 테스트 예정인 ‘데이트 프로필’은 기존 페이스북에 기능으로 추가될지 메신저처럼 연동되는 새로운 앱으로 출시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앱을 통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지만, 페이스북 최고제품책임자(CPO)인 크리스 콕스는 데이트 프로파일을 별개의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재설계 들어간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북이 메신저에 4K 사진, 가상현실(AR) 효과 및 인공지능(AI) 변환 기술과 같은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플랫폼의 인터페이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은 “게임과 카메라 탭을 제거하고, 친구 관리 메뉴도 간편하게 조정한다. 야간 모드로 보이는 검은 바탕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커스 부사장은 “매우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메신저 버전이 곧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 쿠키삭제 옵션 ‘클리어 히스토리(Clear History)’ 준비중
페이스북 사용자가 접속하거나 이용한 서비스를 추적하는 쿠키(Cookie)와 브라우저 접속 기록을 직접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페이스북에 적용된다.
페이스북은 몇 개월 안에 이같은 기능의 ‘클리어 히스토리’ 옵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페이스북 애널리틱스는 인터넷 사용 기록 및 ‘좋아요’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뉴스피드 추천과 추적광고에 이용한다. ‘클리어 히스토리’를 사용하면 페이스북 애널리틱스에서 수집한 사용자 정보를 삭제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다만 “클리어 히스토리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경험이 나빠질 수 있다”며 “페이스북에서 사용자의 선호도 중심에 맞춰졌던 게시물이 보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의 기능을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관심사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사용자가 자신의 사용 기록을 삭제하면 처음부터 다시 페이스북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도록 동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페이스북 최고개인정보책임자(CPO) 에린 에건은 별도 성명에서 “사용자가 ‘클리어 히스토리’를 사용해 사용 기록을 삭제해도 기술적으로 사용자의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사용자가 계정에 기록한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도 이와는 별개로 집계 가능한 분석 시스템을 제공한다. 우리는 광고주에게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동안 사용자를 특정하진 않지만 여전히 광고주를 위한 사용자 데이터가 제공된다는 이야기다.
한편, 저커버그 CEO는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에 맞춰 ‘가짜 뉴스’에 맞설 보안 전문가 및 콘텐츠 분석자 2만 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새로운 소셜 중심 VR 응용프로그램
페이스북의 VR 헤드셋 및 플랫폼 자회사 오큘러스가 ‘오큘러스 고’와 ‘삼성 기어 VR’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유료 VR 플랫폼 ‘오큘러스 룸’을 공개했다.
‘오큘러스 고’ 독자 앱인 ‘오큘러스 TV’는 최대 4명의 친구와 가상의 ‘워치 파티(Watch Part)’를 통해 주문형 2D 또는 3D 콘텐츠를 실시간 함께 볼 수 있는 가상현실 극장을 제공한다.
5월 출시 예정인 ‘오큘러스 TV’에는 넷플릭스, 훌루, 쇼타임 및 페이스북 비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ESPN +’는 하반기 추가될 예정이다. 휴고 바라 페이스북 VR 담당 부사장은 “앱 내 TV 화면을 180인치 너비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서트, 연극, 스포츠 경기와 같은 라이브 실황 공연도 ‘오큘러스 비너스(Oculus Venues)를 통해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올 하반기 오큘러스 고와 삼성 기어 VR에 지원되는 오큘러스 비너스는 라이브 콘서트, MLB 및 MBA 경기, 독립 코미디 쇼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용자가 가상현실에서 친구들과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 다양한 미디어를 쉽게 공유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오큘러스 갤러리(Oculus Gallery)’도 공개했다.
◇ 인스타그램과 메신저에 AR 카메라 효과 추가
지난해 열린 F8 행사에서 공개된 바 있는 사용자의 사진과 동영상에 3D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VR 기술도 인스타그램과 메신저에 추가된다.
페이스북은 ‘AR 카메라 이펙트 스위트(AR Camera Effects Suite)’를 인스타그램과 메신저에 추가해 ‘스노우’와 같은 기능을 이용해 뉴스피드를 꾸밀 수 있도록 했다.
광고주도 활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비공개 테스트 형태로 일부로 메신저 채팅 봇을 사용하는 나이키, 아수스, 세포라, 기아자동차 등에 VR 도구를 제공한 바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자사 제품에 3D 시각화를 통해 제품의 특징, 색상 변경, 디자인 변형을 적용할 수 있어 사용자가 제품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인스타그램 ‘비디오 채팅’과 왓츠앱 ‘그룹 통화’ 기능 추가
올해 초 루머가 보도 되기도 했던 인스타그램에 최대 4명이 참여할 수 있는 영상+문자 채팅 기능이 도입된다.
영상 채팅 참여자는 채팅을 하면서 인스타그램 콘텐츠도 탐색할 수 있다. 구석의 작은 비디오 채팅 화면을 배경으로 인스타그램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그동안 플랫폼에 적용된 비디오 채팅 서비스들은 친구와 ‘놀기용(just hang out)’으로 추가된 기능에 불과했다”며 “인스타그램의 비디오 채팅은 이보다 더 나아간 새로운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또, 보안 메신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왓츠앱에 ‘그룹 통화(Group Calling)’ 옵션을 추가했다. 최대 4명까지 동시 참여가 가능하다.
저커버그는 “왓츠앱에서 매일 20억분 이상 음성 및 화상통화를 사용하고 있다”며 “새로운 ‘그룹 통화’ 기능으로 이같은 활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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