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도 취업 한파 지속…구조적인 일자리 감소,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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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취업을 하려면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을 또 써야 하는 상황이 되고, 가족들한테도 조금 눈치가 보여요.”

이달 대학을 졸업하는 김 주원(28)씨는 설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았다. 지난해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지 벌써 1년이지만 직장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씨는 “기업이 뽑는 신입 인원 자체도 적은데 그 와중에 중고 신입도 늘고 있다”며 “웬만한 스펙을 갖지 않는 이상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업 한파는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 올해도 취업 한파 지속

올해 4년제 대졸 예정자 10명 중 9명은 정규직 자리를 얻지 못한 채 졸업장을 받을 것이란 조사 결과(잡코리아)도 있다. 

대졸 예정자의 1월 기준 취업 비율은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3년 전(2016년 1월) 같은 조사에서 ‘정규직 취업자’는 16.9%였으나 올해 11.0%로 5.9%포인트 감소했다. 심지어 ‘비정규직 취업자’도 22.2%에서 10.0%로 절반 이상 줄었다. 

국내 주요기업 인사담당자들도 올해 취업시장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두울 전망”이라고 했다. 

당장 3월부터 시작되는 상반기 공채에 대해서도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취업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국내외 경기침체와 불투명한 경기전망’이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명확한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취업시장의 한파는 구조적인 측면이 크다.

Employment Rate
(자료=통계청 2018연간고용동향 캡처)

◇ 구조적인 일자리 감소, 장기화 우려

통계청의 ‘2018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9만7천명 증가에 그쳤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던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2017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32만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대규모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우 빠르고 이례적인 증가세 둔화다.

제조업과 전통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021년까지 구직하려는 에코 세대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앞으로 3년간 굉장히 고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에코붐 세대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의 자녀 세대로 1991~1996년생(올해 만 23~28세)을 뜻한다.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구직자가 늘면서 실업자도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 올해도 ‘AI 채용’, ‘블라인드 채용’ 강화될 듯

취업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지만 이달 말부터 올해 상반기 공채시장의 문이 본격 열린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 공기업 등의 채용 트렌드를 살펴보면 단연 ‘AI 채용’과 ‘블라인드 채용’이 강세를 보였다.

기업들은 인공 채용 시스템을 활용해 서류 평가의 객관성과 변별력을 강화하고,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기업들은 직무 적합성 위주로 최대한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 문제 때문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더 확산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채용 시 지원자의 학벌, 외국어 능력, 자격증 등 스펙보다 인성, 적성, 실력중심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선발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급작스런 도입으로 열심히 스펙을 쌓아온 지원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 공공기관도 올해 2만3000명 이상 신규 채용

공공기관 채용의 문은 올해도 확대된다. 지난해 3만3천명 이상을 채용한 공공기관들은 올해도 2만3000명 이상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 채용 일정을 확정한 108개 공공기관 가운데 상반기에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81개사(75%)에 이른다. 

지난해 이어 한국철도공사의 채용 규모가 1855명(1·7월)으로 가장 많다. 한국전력공사(1547명)도 3월과 9월 두 차례 채용이 예정돼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604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410명), 국민연금공단(331명), 한국수자원공사(240명)도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다. 

높은 초임으로 금융권을 준비하는 구직자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기업 채용은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오는 7월 한국예탁결제원(40명)을 시작으로 8월엔 한국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120명), 예금보험공사(25명) 등이 채용을 진행한다.

su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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