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2016년 1877억원 → 2017년 4180억원으로 증가
직원 1년 사이 700여명으로 급증…인건비만 2920억원
페이스북 AI 총괄 얀 르쿤 교수 “딥마인드 가치 입증 못해”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이 21세기 초입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라면,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기능적인 장치에 불과했던 하드웨어에 인공지능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은 전기를 마련한 사건이다. 그런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산하 컴퍼니하우스가 4일(현지시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딥마인드의 적자폭은 2016년 1억2660만파운드(약 1877억원)에서 2017년 2억8190만파운드(약 4180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딥마인드가 지출한 비용은 전년대비 4% 증가한 3억3380만파운드(약 4949억원)로 이중 절반이 넘는 1억9700만파운드(약 2921억원)가 직원 인건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딥마인드는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티뷰와 캐나다 애드먼턴과 몬트리올에 연구센터를 두고 프랑스 파리 등 유럽과 북미를 기반으로 2016년 100여 명이었던 직원은 700여 명까지 불어났다.
딥마인드는 또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 주요 대학에 학술연구와 장학금으로 810만파운드(약 120억원)를 지원했다. 관련 분야 논문 발표 건수는 200여편에 달했다.
반면 매출은 미미하다. 2016년 4030만파운드(약 597억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35% 증가한 5440만파운드(약 807억원)에 그쳤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시스템은 주로 구글에 납품됐다. 데이터 센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거나 스마트폰 등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 기술이었다.
딥러닝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페이스북에서 AI 개발을 총괄하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지난 달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딥마인드가 자신의 가치를 구글에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딥마인드가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지나치게 고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처한 상황에 있고 싶지 않다”고도 꼬집었다.
다만 포브스는 AI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이 딥마인드를 이용해 당장 돈을 버는 대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딥마인드에 대한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며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적자폭 증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성명을 내고 “2010년 창업 이래 우리는 머신러닝 전문가, 신경 과학자, 엔지니어, 윤리학자 등 세계적인 수준의 산학협력팀을 구성해 야심차고 장기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특별한 환경을 조성해왔다”며 “의료부터 에너지, 과학적 이슈에서 지능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에 이익을 실현하려는 우리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딥마인드는 15살에 고교과정을 마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 학사,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천재 데미스 하사비스가 2010년 신경과학 응용 인공지능 회사를 공동창업하면서 탄생했다. 이 회사의 가치를 눈여겨 본 구글(알파벳)이 2014년 4억달러(약 4521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여러 국제 기전에서 18차례나 우승했던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 인간 이세돌 9단을 4:1로 물리치면서 AI는 4차 산업혁명을 여는 기폭제가 됐다.
<저작권자(c) 노컷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