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의사 무퀘게, 성폭력 피해자 치료·지원…”성폭력은 인간성 부정행위”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드니 무퀘게(63)와 나디아 무라드(25)는 전쟁 성범죄와 싸워온 인권운동가들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두 수상자에 대해 “전쟁범죄(전쟁 무기로서의 성폭력)와 싸우고 그에 관한 주의를 환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 성폭력을 더 크게 조명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를 통해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산부인과 의사인 무퀘게는 내전과정에서 반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 피해자 수천 명을 치료하고 재활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노벨위원회는 무퀘게에 대해 “전쟁과 무력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종식하는 노력을 하는 데 국내외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징적 인물”이라며 “그의 기본 원칙은 ‘정의는 모든 사람의 일'”이라고 전했다.
민주 콩고에서는 오랜 내전으로 6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여성들은 극심한 성폭력에 시달려왔다.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는 민주콩고를 가리켜 “세계의 강간 수도”라고 부를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무퀘게는 고향 부카부에 산부인과 병원인 ‘판지병원’을 설립, 성폭력 피해 치료에 전념했다. 피해 여성들의 심리치료를 비롯해 사회·경제적 자립을 위한 교육, 직업훈련, 소액대출 등의 서비스도 제공했다.
그는 2012년 유엔에서 반군 세력 처벌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성폭력을 막을 수 있는 내전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해왔다.
유엔 연설 후 그는 무장 괴한으로부터 암살당할 수 있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잠시 유럽으로 몸을 피했던 그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환자 진료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무퀘게는 이미 수년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2008년 프랑스 정부 특별인권상과 유엔 인권상, 2009년 올해의 아프리카인상, 2014년 유럽의회가 수여하는 사하로프 인권상 등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한국 방문 중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폭력은 한 인간의 인간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일본의 전시 성폭력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끼리만 평화롭게 섬처럼 산다면 평화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평화”라고 강조했다.
한때 ‘IS 성노예’ 난민 여성, 인권운동가로 변신…국제형사재판소에 IS 제소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여성인 무라드는 전쟁범죄의 피해자이자 증언자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성노예라는 트라우마를 딛고, 국제사회에 IS의 만행을 고발해왔다.
IS는 2014년 8월 이라크 북부에 모여 사는 야지디족을 급습해 수천 명을 죽이고 어린이와 여성들을 납치했다. 무라드는 21살 때 IS가 점령한 모술로 끌려갔고, 성폭행을 당하며 여러 차례 노예로 팔려 다녔다.
IS의 이러한 조직적인 만행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동맹국을 결성해 대대적인 공습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3개월 만에 가까스로 탈출한 무라드는 2015년 난민으로 인정받아 독일에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참상에 침묵하지 않았다.
2015년 9월 비영리 구호단체 야즈다와 함께 IS를 민족말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2016년 9월에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첫 ‘인신매매 생존자 존엄성’을 위한 친선대사로 임명돼 인신매매 피해자, 특히 난민 여성과 소녀들이 처한 참상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같은 해 10월에는 유럽평의회로부터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을 받았다.
당시 그는 시상식에서 “‘강간’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8살짜리 소녀도 납치돼 성노예가 됐고, 가족 전체가 말살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회고한 뒤 “붙잡혀 있는 여성들이 돌아오고, 범죄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면 그때 나도 내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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