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안에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두 개의 인터넷으로 분리될 것이다.”
2011년부터 구글 회장과 모회사 알파벳 회장을 역임했던 에릭 슈밋 미 국방부 혁신자문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이 어떻게 쪼개진다는 것일까.
2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투자자문회사 빌리지 글로벌 VC( Village Global VC) 주관 비공개 기술 컨퍼런스에 참석한 슈미트는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이 ‘향후 몇년 내에 인터넷이 파편화될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묻자 “현재 내가 보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웹의 파편화보다 중국이 주도하는 인터넷과 미국 등이 주도하는 비중국 인터넷으로 양분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밋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회사들과 서비스의 규모, 이를 통해 생산되는 부의 규모는 경이롭다. 중국 인터넷 산업은 중국 GDP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보다 높은 수치”라며 “이를 단순히 ‘중국이 인터넷을 잘하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를 통해 중국에 의한 세계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온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에서 정부의 검열과 통제 등이 수반되는 또다른 권력이 등장할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면서 “중국의 BRI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BRI(Belt and Road Initiative)는 중국이 세계 질서 재편을 위해 중국 주도의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을 일컫는 말로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도 부른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지칭하는 것으로 디지털 무역을 포함한 모든 무역을 연결하고 촉진함으로써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거대한 계획이다.
BRI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아래 놓이게 되면 중국에 의해 통제된 웹과 기술 환경에 지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슈밋의 이같은 예측은 후임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새로운 중국시장 진출 전략이 최근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은 중국 정부의 진출 허가를 받기 위해 검열이 허용되는 중국향 검색엔진 ‘프로젝트 드래곤플라이(Project Dragonfly)’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구글 검색을 이용할 경우, ‘평화시위’와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원천 차단하거나 일부 검색을 제한, 또는 보여지는 일부 내용을 아예 드러내거나 특정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글이 자사 이익을 위해 ‘정보를 조직화해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소명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구글 내부에서도 직원들이 윤리적 문제가 우려된다는 서한을 경영진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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