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주재 미국 대사 “양국 정부 관계에 영향 미칠 것”,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엘살바도르 비싼 대가 치러야할 것” 경고
중앙 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가 타이완(臺灣)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한데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중남미 순방길에 미국을 들른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을 환대하며 사실상 타이완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했던 미국의 반발이 상당하다. 게다가 중국이 엘살바도르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중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비싼 대가”를 공언하고 있다.
장 매네스 엘살바도르 주재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밤 트위터에 “엘살바도르의 결정은 여러 이유로 걱정된다”며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엘살바도르) 정부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공화당)은 엘살바도르와 중국의 수교에 “매우 실망”이라고 평가하며 엘살바도르는 짧은 소견으로 단교를 결정했지만 앞으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재(在)타이완협회(AIT) 타이베이(臺北) 판사처 만수르 대변인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현 상태를 변화시키는 행위는 지역안정에 해가 되므로 중국은 타이완에 대한 협박을 중지하라며 중국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엘살바도르와 중국의 수교에 미국이 거친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 엘살바도르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22일 보도했다.
SCMP는 엘살바도르와 중국의 수교가 걱정된다고 발언한 매네스 대사가 지난달 중국이 엘살바도르 동부의 라 우니온 항구를 군사기지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 대목을 상기시켰다. 당시 매네스 대사는 “이는 전략적 문제다. 우리는 앞으로 엘살바도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완공된 라 우니온 항구는 이후 적절한 투자를 받지 못해 제대로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가 타이완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를 단행한 것에는 중국이 라 우니온 항구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타이완 외교부는 전날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근 엘살바도르가 거액의 자금을 요구하며 항구 개발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타당성이 떨어져 응하지 않았다”며 라 우니온 항구가 양국 단교의 빌미가 됐음을 암시했다. 반면 중국은 국영기업인 시틱그룹(中信·CITIC) 등을 통해 라 우니온 항구는 물론 엘살바도르의 공항, 철도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타이완 언론들은 엘살바도르가 단교를 결정한 데에는 중국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타이완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왕딩위(王定宇)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단교의 대가로 중국이 엘살바도르의 항구 독점경영권으로 40억 달러(약 4조5천억 원), 주변 자유경제특구개발비용 230억 달러, 매년 유지비 2천500만 달러, 그 외에도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없는 선거경비 등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엘살바도르가 타이완과 단교하면서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총 5개국이 타이완과 외교관계를 정리했으며 현재 17개국만 외교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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