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교회에서?” 바로 교회 안 성폭력 문제 – 채규만 심리학 박사

교회 안의 성폭력, 침묵을 깨다

진행자: 오늘은 우리가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지만, 그동안 교회 공동체 안에서 쉽게 꺼내지 못했던 주제, 바로 교회 안 성폭력 문제입니다.40년 이상 한인 이민자 사회에서 임상심리 상담과 목회 상담을 해오신 채규만 박사님 모십니다.

인사 나누고

채 박사: 네,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 주제를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자체가 이미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설마 교회에서?” 하고 생각도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실제로 미국교회, 그리고 시카고 한인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도 이 문제는 조용히, 그러나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구요?

박사님:네더 가슴 아픈 것은, 피해자가 오히려 침묵을 강요당하고, 가해자가 계속 교회 활동을 이어가는경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행자: 박사님, 먼저 기본 개념부터 짚어볼게요. ‘성폭력’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낯선 사람에게 당하는 범죄 정도로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교회 맥락에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채 박사: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성폭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강간만을 의미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없이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성적 행위, 신체적접촉, 언어적 희롱, 시각적 침해를 포함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첫째 성적 강요와 강간, 둘째 언어적 성희롱 음란한말, 성적 농담, 불필요한 신체 접촉, 셋째 직위에의한 권력형 성적 착취   목사, 사역자, 리더처럼 영적 권위를 가진 사람이그 권력을 이용해 성적 행위를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것, 넷째 디지털성폭력  음란 사진이나 성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모두 성폭력입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해서, 혹은 저항하지 못했다고 해서 동의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교회처럼 영적 권위 관계가 형성된 공간에서는 피해자가 거절 자체를할 수 없는 심리적 구조가 만들어지거든요.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고 피해자의 인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진행자: 교회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형태가 있을까요?

채 박사: 네, 바로 그루밍(grooming) 입니다. 가해자가 오랜 시간에걸쳐 피해자의 신뢰를 얻고 경계를 서서히 허물어 가는 과정입니다. “하나님이 너에게 특별한 사명을 주셨다”, “이것은 우리 둘만의 영적인 관계다” 이런 식의 말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교회에서 가장 위험한 형태의 성폭력입니다.

진행자: 박사님,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구체적인 수치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채 박사: 네, 많은 분들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고 생각하시는데, 통계를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먼저 미국 전체 교회 통계를 보면, 목사의 10~14%가 사역 중 배우자 외의 다른 사람과 성적 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고,15% 이상의 목사가 스스로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성적 행동을 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교회 내 성범죄자의 93%가 스스로를 “종교적인사람”이라고 묘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종교적 열심과 성범죄가 공존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채 박사: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더 충격적인 통계도 있습니다. 개신교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성폭력 피해자 중 90~95%가 여성이라는연구가 있으며, 가해자의 80% 이상이 교회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아동 성폭력만 보더라도, 종교 기관은 아동 성폭력 피해 발생 기관중 2위를 차지하며, 전체 아동 성폭력 피해 손실의 30%를 종교 기관이 차지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에서 교회 성폭력이 특히 문제가 된 사례로는어떤 것들이 있나요?

채 박사: 많은 분들이 가톨릭 교회의 사례는 언론을 통해 아시는데, 개신교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2022년 발표된 남침례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약 700명의 피해자 대부분이 아동이었고, 오랫동안 교단지도부가 가해 목사 명단을 비공개 목록으로 내부에서만 관리하면서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신고율입니다. 아동 성폭력 피해의단 12%만이 당국에 신고되고, 피해자의 60~80%는 성인이 될 때까지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고 추정됩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숫자는 실제 피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진행자: 한인 교회는 어떤가요?

채 박사: 한인 교회만의 별도 통계는 아직 체계적으로 집계되지 않고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이미 문제입니다. 그러나 제가 40년 이상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에서 상담해 온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발생 빈도는 결코 낮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은 신고율과 강한 침묵 문화 때문에 더 깊이 숨겨져 있을 뿐입니다.한국 본토에서는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교단 차원의 성폭력 대응매뉴얼이 만들어지고, 피해자 지원 센터가 설치되고, 가해 목사를 제명하는 절차가 정비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카고 한인 교회는 아직 그변화의 흐름을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행자: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일반 성폭력과 어떤 면에서다른가요?

채 박사: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교회 성폭력에는 일반 성폭력과구별되는 다섯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영적 권위를 이용한 강압입니다. 목사나 사역자는 단순한직장 상사가 아닙니다. 신자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사람”이지요. 이 영적 권위를 이용해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순종하는 것이 신앙이다”라고 피해자를 조종합니다. 피해자는 거절하면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 속에 놓이게 됩니다.

두 번째, 이중 관계의 함정입니다. 교회는 예배 공동체이자 사회적공동체입니다. 목사는 상담자이기도 하고, 영적 지도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생활 조언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역할이 겹치는 관계안에서 경계가 무너질 때 성폭력이 발생합니다.

세 번째, 피해자에 대한 2중 가해입니다. 일반 직장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HR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신고 창구 자체가 없거나, 신고해도 “교회의 평화를 깨는 사람”으로 피해자가 낙인찍힙니다. 피해자가 두 번, 세 번 상처를 받는 구조입니다.

네 번째, 용서의 무기화입니다. “용서하라”는 복음의 진리가 왜곡되어,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기 위한 방패로 사용됩니다. “목사님도 연약한 인간이다”, “용서가 곧 신앙이다”라는 말로 피해자에게 침묵과화해 강요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공동체 상실에 대한 공포입니다. 이민자 한인 교회에서는교회가 단순한 예배 공간이 아닙니다. 친구 관계, 자녀 교육, 사업 네트워크, 정서적 안전망 전체가 교회 안에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알리면 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듭니다.

진행자: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채 박사: 네, 모든 사례는 가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례 1] 30대 여성 지수(가명) 씨는 교회 청년부에서 신앙 생활을열심히 하던 분이었습니다. 담임 목사가 “영적 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단둘이 만남을 자주 요청했고, 처음에는 성경 공부였지만 점차신체 접촉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수 씨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자, 목사는 “이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특별한 관계”라고 했고, 장로들에게알리자 오히려 “왜 목사님을 유혹했느냐”는 비난이 돌아왔습니다. 지수 씨는 결국 교회를 떠났고,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며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진행자: 목사가 가해자인데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받은 거잖아요.

채 박사: 그렇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사례 2] 40대여성 미선 씨는 교회 반주자였는데, 친척인 교회 음악 담당 전도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장로 회의에 보고하자 담임 목사는 “가족끼리 해결할 일”이라며 덮으려 했고, 미선 씨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도사는 지금도 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사례 3] 고등학인 은혜(가명)는 교회 선배 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부모님은 “우리 가족의 수치”라며 신고를 막았고, 담임 목사는 “은혜가 오빠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고했습니다. 은혜는 결국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느끼며 심한 우울증과자해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은 2차 가해입니다. 진정한 용서는 치유의 과정 끝에서 피해자 스스로 도달하는 것이지, 강요받는 것이 아닙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실제로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채 박사: 단계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피해 직후  안전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가해자와의 접촉을즉시 차단하고,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에게 즉시 알리십시오. 많은 분들이 수치심 때문에 혼자 수년을 버티다 상담실을 찾아오시는데, 그침묵의 시간이 트라우마를 훨씬 더 깊게 만듭니다.

둘째, 증거를 보존하십시오. 가해자가 보낸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을 반드시 캡처해 두십시오. 목격자가 있다면 그 이름도 기록해 두십시오. 이것이 나중에 법적, 교단 절차에서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셋째, 전문 상담과 법적 지원을 받으십시오. 일리노이주에는 성폭력피해자를 위한 무료 지원 서비스가 있고, 한국어 서비스도 가능합니다. 법적으로는 일리노이주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민·형사 모두 신고할 권리가 있습니다.

넷째, 교단에 공식 신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침묵은 가해자에게 계속 범행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담임 목사에게만 알리는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교단 본부에 직접 신고하는 방법이 있고, 가해자가 목사인 경우에는 더더욱 외부 채널을 통해야 합니다.

진행자: 주변인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요?

채 박사: 주변인의 반응이 피해자 회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이 한마디입니다. 이것이 수치심을 씻어주는 첫 번째 치료제입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습니다. “왜 거기 있었어?”, “왜 거절안 했어?”, “목사님이 설마 그런 분이 아닐 텐데…” 이런 말들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말입니다.가해자에 대해서는, 처벌과 회복은 양자택일이 아닙니다. 가해자는즉각 그 직분에서 면직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징벌이기도 하지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 조치입니다. 그 다음 전문 상담과 치료, 법적 책임을 지는 과정을 걸어야 합니다.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하는것은 진정한 회개가 아닙니다.

진행자: 앞으로 교회가 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필요할까요?

채 박사: 반드시 갖춰야 할 세 가지 축이 있습니다.

첫째, 정기적인 예방 교육입니다. “이런 행동은 성폭력입니다”를 교회 안에서 명확히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리더십과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수입니다. 통계를 보면 목사의 75%가 자기 교회 안에 일어나는 폭력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목사의 약 3분의 2가 학대 문제에 대해 1년에 한 번도 설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르치지 않으면 예방도 없습니다.

둘째, 독립적인 신고 체계입니다. 교회 안에 담임 목사와 무관한 독립적인 성폭력 신고 창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담임 목사도 가해자가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외부 감독 기관이나 독립 위원회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또한 일리노이주법에 의해 아동과 접촉하는 교회사역자는 의무 신고자(Mandatory Reporter)입니다. 아동 성폭력이의심될 때 신고 의무가 있습니다.

셋째, 피해자 중심의 대응 문화입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시편 82편은 “약한 자와 고아를 위해 공의로 재판하라”고 하시고, 잠언 31장은 “억울한 자의 사정을 풀어주라”고 말씀합니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교회를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는 것이고, 그것이 교회를 진정으로지키는 길입니다.

진행자: 오늘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이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 특히 피해자이시거나 주변에 피해자가 있으신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채 박사: 지금 이 방송을 보시는 분 중에 혼자 이 고통을 안고 계신분이 계실 것입니다. 그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당한 것은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은 수치를 당한것이 아니라, 성폭력 행위자가 수치를 받아야 하고 당신은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사건에서 당신을 비난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그 고통의 현장에서 당신과 함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침묵을 깨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침묵은 치유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용기를 내어 전문 상담사에게 연락하십시오. 혼자가 아닙니다.

교회 지도자 여러분께도 드리는 말씀입니다. 교회의 명예는 문제를덮는 것으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진실 앞에 서고, 피해자 곁에 서는것으로 지켜집니다. 예수님은 항상 눌린 자, 상처 입은 자의 편에 서셨습니다. 이제 우리 시카고 한인 교회도 그 복음의 정신을 실천할때입니다.

진행자: 채규만 박사님, 오늘 귀하고 용기 있는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이 방송이 우리 공동체가 더 안전하고, 더 공의롭고, 더 치유하는 공동체로 나가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채 박사: 감사합니다.

 방송 자막 안내(알아서 해 주세요)

성폭력 피해 상담 및 지원 (한국어 가능) / YWCA 메트로폴리탄 시카고 성폭력 위기 서비스: 888-293-2080 (24시간) / • Illinois Coalition Against Sexual Assault (ICASA): 888-293-2080

한인 가정 상담소 (KAFSC): 773-583-08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