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 트럼프 행정부 한인 불체자 11만 명 사실일까? <팩트체크>

사진 미 불체자 추방자들이 군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백악관 엑스 캡처

지난달 25일 한국 언론들은 수갑을 찬 채 군용기에 탑승하는 미국 불법 체류자들이 추방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일제히 공유했다. 그러면서 같은 달 17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인용하여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는 불법 체류자가 2024년 1400만 명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보도한 한국 언론의 한 기사를 살펴보면, ‘NYT에 따르면, 미국에 허가 없이 체류하는 이주민 중 가장 큰 국적은 멕시코로 약 400만명을 차지한다. 그 다음은 엘살바도르 75만 명, 인도 72만 5000명, 과테말라 67만 5000명, 온두라스 52만 5000명, 중국 37만 5000명 등이다. 한국 국적자는 11만 명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은 한국 언론 뿐만 아니라 각종 유명 및 대형 유튜버들도 앞다투어 조회수 상승에 활용했다.

이 같은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불법으로 미국에 와서 추방되는 불체자 한국인이 2024년 현재 1400만 명 중 11만 명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내용은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2024년 추방 대상 불법 체류자 1400만 명도 명확하게 집계된 숫자가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밝힌 2024년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체류자 1400만 명은 어디까지나 추산된 수치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퓨리서치의 자료를 근거로 했고, 퓨리서치는 미 국토안보부가 발행한 2018년에서 2022년 까지의 무단 이민자(Unauthorized Immigrant Population) 인구 보고서를 근거로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불법체류자는 1100만 명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2024년 무단 이민자 혹은 불법 체류자 통계 보고서는 발간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스는 2024년 1400만 명 추방대상 불법 체류자를 어떻게 집계했나?

미 이민연구센터에 따르면, 1980년 이후 CPS(Current Population Survey)상의 합법 이민자 인구는 2021년 1월 284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2월의 합법 이민자 인구수는 3140만 명으로 나타났다. 약 3년 동안 합법 이민자 수는 300만 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2월 CPS 기준으로 합법 및 불법 체류자는 4510만 명으로 기록됐다. 결국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2024년 불법 체류자 숫자는 같은 연도 2월 합법 및 불법 체류자 4510만 명에서 3140만 명을 뺀 1370만 명인 것이다. 이를 반올림하면 1400만 명이 된다.

이민연구센터는 지난 2022년 3월에 발표한 불법 체류자 인구에 대한 추정치를 업데이트하고 개선하는 중이라면서 불완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예비적인 수치일 뿐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불체자는 정부 통계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숫자를 명확히 집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 언론들은 2024년 전체 불법 체류자가 1400만 명이라고 하면서, 멕시코 불체자는 40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또한 팩트에 기반한 전달이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퓨리서치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는 2022년 수치로 기록돼 있다. 2022년에 집계된 불법 체류자들은 1100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멕시코인 400만 명, 한인 11만 명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즉, 한국 출신 불법 체류자 11만 명은 2022년에 집계된 수치이므로 현 트럼프 정부의 추방 대상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즉, 바이든 정부시절의 11만 명이다.

‘11만 명’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엄청난 숫자의 한인 불법 체류자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퓨리서치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인 불체자 수는 2016년 13만 명, 2017년 15만 명, 2018년 15만 명, 2019년 12만 명, 2021년 10만 명, 2022년 11만 명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이 수치는 남북한 국적자들을 합친 숫자라고 퓨리서치는 밝혔다. 미국과 가까이 있으면서 한국보다 명목 GDP가 높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온 불법 체류자도 2022년 기준 16만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인 불법 체류자 수는 각국 출신 불법 체류자 수에서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불법 체류자 집계 순위 1위를 차지한 멕시코 불체자의 경우도 2022년 405만명으로 집계됐는데, 과거 사례와 비교해보면 2016년은 5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2007년에 690만 명에 정점을 찍고 그 뒤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 불법 체류자를 제외한 타국가 출신 불법 체류자 수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2022년 690만 명에 달해 정점에 이르렀다. 2019년 585만 명, 2021년 64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불법 체류자 수가 집계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각종 언론에서 보도된 2024년 추방 대상 불법 체류자 1400만 명은 집계된 수치가 아니라 추산된 것이고, 여기에 한인 불체자 11만 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2022년 1100만 명에 포함된 수치다.

위의 결과에서 알 수 있 듯 미국에 특파원으로 파견되는 한국의 유명 언론사 기자들도 외신보도를 베끼기에만 급급할 뿐 현장에서 직접 취재가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안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단지 뉴욕타임스에서 나온 기사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만 믿고 후속 취재없이 그대로 보도만 한 것이다. 이러한 보도는 팩트에 기반되지 않은, 단지 ‘트럼프 포비아’만을 자극하기 위한 보도일 뿐이다.

<심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