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날 두 개의 재앙이 휩쓸고 간 미국에 수심이 가득하다.
전날 국내외에서 동시에 몰아닥친 아프간 철군과 허리케인 아이다라는 이름의 ‘퍼펙트 스톰’이다.
미국 언론은 두 재앙이 남긴 상처를 조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전날부터 줄곧 아프간사태가 언론사 톱뉴스를 차지한 것을 보면 아이다는 탈레반보다는 세력이 약했다.
아프간 사태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하게 된 원인을 놓고는 논조는 갈렸다.
불가피했다는 쪽과 선택에 따라서는 파국은 피할 수 있었다는 쪽이 맞서고 있다.
논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론으로 좁혀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연단 위에 놓였던 마스크를 집어 들고 있다. 연합뉴스이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31일(현지시간) 아프간사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의 지역이지만 지난해 선거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을 뽑은 남캘리포니아 해시엔다 하이츠의 민심이다.
이 지역의 하원의원은 한국계로 유명한 영 김 의원. 먼저 김 의원은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에게 덜 비판적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지금 발생한 일에 슬퍼할 사치가 없다. 다만 단호해야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절박한 지금, 사람들이 죽어가는 지금은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계 윤인자(76)씨는 다른 의미로 단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을 버렸다. 거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두고 왔는가. 그들이 희생하도록 인도했다. 늙은 그가 젊은이들을 죽게 했다. 내게 유일한 희망은 트럼프가 복수할 것이라는 희망이다.”
윤씨와 비슷한 의견을 내보인 사람들 가운데는 아프간 참전군인도 있었다.
카불 공항 담 위로 아프간인 끌어올리는 미 해병대원. 연합뉴스해병대에서 근무했다는 아론 마카레노(34)씨는 “그 곳에 많은 생명들이 있고, 우리가 바쳤던 희생도 있기 때문에 더 주둔했어야 했다”며 “그렇다고 배신감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실망했다. 나와 내 부대가 조국에 차이를 줄 순 없었지만 우리는 사람들을 도왔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후회가 없다”며 바이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든의 결정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유는 바로 국내문제 때문이다.
레오 오르티즈(41)씨는 “철군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우리나라는 우리가 집중해야할 곳에 있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가 있다.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일, 우리 사회를 치유하는 일이다. 우리가 싸울 우리의 전쟁은 더 이상 아니다”고 말했다.
에밀리 첸씨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나의 최우선은 국내 문제다. 건강, 기후변화 같은 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관심사다”고 말했다.
패트릭 황(65)씨는 “최선의 선택이 없을 때도 하나는 뽑아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철군이 불가피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그들은 모든 사람을 대피시킬 준비를 할 시간이 많았지만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 이는 이전의 여러 대통령들이 실수를 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자도 바이든을 두둔했다.
앤드류 챙(40)씨는 “보다 빨리 대피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군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는 여러 대통령들의 실수가 겹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공군 항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퇴역군인도 거들었다.
미구엘 로페즈씨는 “계속 이어질 순 없는 일이었다”며 “누군가는 끝났다고 말해야 했다. 계속 거기 있으면서 사람들의 목숨을 잃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가? 거긴 그들의 나라다. 패배한 전쟁에서 싸움을 계속할 수는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크리스 할룬(34)씨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는 “왜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머물러 또 다른 베트남 전쟁을 치러야 하냐”고 반문한 뒤 “목숨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은 모두 안타깝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는 여기서 서로 돕고 우리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ABC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지난 27~28일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0%에 이르렀다.
로이터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였다.
Home 세계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