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레반 금융제재 본격화…IMF, 5천억 지원 중단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본격화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MF(국제통화기금)는 이날 4억 4천만 달러(약 5158억 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포함해 아프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아프간 정부에 대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IMF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현재 아프간 정부에 대해 투명성이 부족하다”면서 “SDR(특별인출권)을 비롯한 IMF 자금에 대한 아프간의 접근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기금의 운용권을 가진 미국 재무부의 압박에 따라 결정됐다. 23일로 예정된 아프간 몫의 SDR이 탈레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페이퍼 골드(Paper Gold)’라고 불리는 SDR은 IMF에서 유동성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IMF 대변인은 “항상 그렇듯이 IMF는 국제사회의 견해에 따라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IMF는 2019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부정선거 논란이 일자 50개 이상의 회원국의 동의로 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베네수엘라의 SDR 접근을 막았다. 또 지난 2월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잡은 미얀마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IMF는 23일 6500억 달러(약 762조 원) 규모의 SDR을 기금에 대한 지분 비율에 따라 190개 회원국에 배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빠진 빈곤국의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당초 아프간은 4억 4천만 달러의 자금이 배정됐다.
 
한편 미국과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은 100억 달러(약 11조 7280억 원) 상당의 아프간 중앙은행 자금이 아프간의 외곽에 보관돼 있기 때문에 탈레반 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있는 아프간 중앙은행 명의의 자산도 동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카불의 상황이 혼란스럽다”면서 미국이 탈레반을 아프간의 합법적인 통치권자로 인정할지 결정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