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 “현금 안챙겨, 책도 못챙겨”…모습 공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쫓겨 국외로 피신한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가니스탄 전 대통령이 도피 이후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그는 사전에 아프간어로 녹화한 동영상에서 “내가 아프간에 머물렀다면 아프간 국민들은 대통령이 또 한번 즉결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또 한번의 처형이란 1996년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직후 무하마드 나지불라 아프간 전 대통령이 공개된 장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사건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가니 전 대통령은 그러나 도피 당시 현금 2천억원을 가지고 있었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옷가지만 가지고 왔다. 책들 조차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 군대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우리를 실망시킨 것은 정부의 정치 엘리트들과 국제사회였다”고 항변했다.
 
그는 특히 아프간으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가겠다며 탈레반과 협상중인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과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해외로 도주한 탈레반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사례를 들며 다른 아프간의 전임 지도자들도 해외로 도피했다고 말해 자신의 해외 도피를 정당화하려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날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UAE 외무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니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일행을 맞이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UAE 정부는 그러나 가니 전 대통령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UAE에 입국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문화인류학자 출신인 가니 전 대통령은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뒤 아프간 재무부 장관을 거쳐 2014년 대통령이 됐다.
 
그는 ‘실패한 국가 재건’이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책 제목을 빗대 가니가 7년 재임기간 동안 아프간을 재건하는 대신 소수 측근들에 의존해 국가를 통치해 온 것처럼 도주할 때도 측근들과만 함께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