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명을 넘어서면서 백신 접종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모더나의 잇따른 백신 공급 차질이 방역당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모더나는 한국과 올해 4천만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들어온 모더나 백신은 6%에 불과한 245만회분에 머물고 있다. 당초 3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했지만 정부 당국이 공급을 앞당겨달라고 재촉해 상반기부터 한국에 공급됐다.
하지만 그 분량은 11만회 정도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3분기 첫달인 7월 들어서도 모더나는 ‘생산 문제’가 있다며 7월 물량 가운데 196만회분을 8월로 미뤘다. 모더나는 8월 공급분도 ‘실험실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절반 이하 밖에 줄 수 없다고 통보해오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모더나는 한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체코, 스페인 등에도 공급 차질을 빚었다.
반면 모더나와 같은 방식의 mRNA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화이자는 지난 9일까지 전체 계약 물량 6600만회분의 24.6%인 1628만회분을 한국에 공급했다. 여기에 11일 추가로 160만회분을 공급했다. 화이자는 별다른 문제없이 매주 한국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더나의 백신 생산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백신업계는 모더나가 설립 11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자체 생산시설을 갖고 있지 않은 점을 공급 차질의 큰 이유로 꼽고 있다. 모더나는 백신의 원료 물질 생산을 스위스의 CMO(위탁생산업체)인 ‘론자’에 맡기고 있다.
론자는 미국 공장에서 만든 원료 물질은 미국에서 소비하고 스위스 공장에서 만든 원료 물질은 미국 이외의 국가용으로 소비하고 있다. 모더나는 생산 최종 단계인 병입과 포장도 세계 여러 나라에 위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고 있다. 모더나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현재도 세계 각국의 CMO들과 생산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 생산을 맡기다 보면 전문 인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원료 혼합 사고 등 각종 품질 불량 사고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요인들은 생산 차질과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우드의 모더나 공장. 연합뉴스
반면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는 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미국 내 미주리, 메사추세츠, 미시건 주의 자체 공장과 독일, 벨기에 공장에서 백신을 단계별로 생산하고 있다.
모더나도 최근 캐나다에 공장을 짓기로 계약하는 등 자체 생산 시설 확보에 나섰다.
자체 생산시설을 갖는다 하더라도 원부자재 수급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세포배양용 멸균 비닐백이다. mRNA 방식은 물론 바이러스 벡터 방식,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들이 생산 과정에서 모두 사용하는 원자재여서 전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비닐백에서 세포가 배양되면 필요한 성분만 걸러주는 필터도 역시 공급 부족이다.
mRNA 방식의 백신은 인체 투입을 도와주는 나노입자 인지질이 필수 성분인데, 이 역시 기존에는 임상용으로 소량 생산됐던 수준이라 현재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더나의 백신 생산이 짧은 시일 안으로 안정화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