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윤석열인가’에 대한 답은 없었다.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는 강하게 발산했지만, 그 주체가 왜 윤석열인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가까운 대답은 “공직 사퇴 이후에도 국민들께서 사퇴의 불가피성을 이해해주시고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다”는 부분이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하여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 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었다”는 것이 그의 명시적인 출마 배경인 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국민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실제로 윤 전 총장은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야권 대선주자로 줄곧 선두를 달렸다. 윤 전 총장은 이런 상황을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국민이 자신을 호명한 것이라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식은 그의 출마 명분을 여론조사의 추이에 강하게 귀속 시켜 버리는 측면이 있다. 현실의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대안을 어떻게 제시해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와 관련한 비전이 다소 부족해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후 정치 행보에서 그의 출마 명분이 보완되지 않으면, 정권교체 요구가 윤 전 총장으로 수렴되지 않는 시점에, 즉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향세를 면치 못할 때 대선 도전의 동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사정기관의 장으로서 대선에 도전한다는 비판에 맞서 펼치는 논리 역시 ‘국민호출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국민들의 어떤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고 하는 그런 여망을 제가 외면할 수 없고, 또 혼신을 다해서 제가 이 일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관련 비판 역시 “국민이 기대하고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윤 전 총장의 이날 메시지는 ‘현재 정부는 무도하니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를 세우면 된다’와 ‘국민이 나를 불렀다’로 정리됐다. 대선지지율 1위인 인사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단어들을 동원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답은 그러나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대표적인 예는 경제정책 질문에 대한 윤 전 총장의 대답이다. 여권의 선두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들고나온 만큼, 윤 전 총장의 정책 기조에 대한 의문은 당연하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복지가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복지 재정 위해 성장이 필요하기에 두 개는 한 몸”이라며 소위 ‘하나 마나 한 답변’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공동체 자유를 지킬 수 있는 것처럼, 복지 문제라는 것도 자유시민의 책무이고 권리”라며 ‘윤석열이 생각하는 경제’에 대한 설명보다는 ‘당위’에만 머물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처음인 측면도 있고 ‘어떻게’에 대한 대답은 차차 한다고 쳐도 휘황찬란한 단어들에 비해 철학 자체가 부실해 보인다”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좋은 기회를 제대로 못살려 최고급 한우로 국을 끓여버린 듯한 인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