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3.1절에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안착한 ‘라인'(LINE)과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의 영향력을 합쳐 일본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는 지난 20여년 동안 일본 인터넷 시장에 두 차례 진출했다. ‘검색’을 앞세워 일본 시장을 노렸다. 그러나 일본 인터넷 시장에서 야후재팬과 구글의 벽이 높아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 확보조차 어려웠다.
2000년에 일본에 검색 사업을 전담할 법인 ‘네이버재팬’을 설립했지만 2005년 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2006년 검색업체 ‘첫눈’을 인수한 네이버는 2007년 다시 네이버재팬을 설립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2013년 말에 두 번째로 서비스를 폐쇄했다.
이후 지난 2018년 네이버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또다시 일본 진출을 선언한 네이버는 검색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 ‘서치’와 AI를 개발하는 조직 ‘클로바’를 합쳐 ‘서치앤클로바’를 출범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18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 “검색 R&D와 클로바 조직을 합쳐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로 했다. 회사 차원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후 2019년에 네이버의 일본 진출에 파란불이 켜지는 큰 호재가 생겼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을 결정한 것이다.
네이버의 일본 진출에 가장 큰 장벽이었던 야후재팬이 든든한 파트너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일러스트=연합뉴스지난해부터 네이버와 라인은 일본 진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 사내기업(Search CIC) 책임 리더는 지난해 11월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0’ 키노트에서 일본 진출에 관해 “이번에는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라인(라인 주식회사)과 야후재팬(Z홀딩스)은 신생 법인 ‘Z홀딩스 그룹'(ZHD그룹) 출범을 선언했다.
Z홀딩스가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사업 구상은 쉽게 말해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결합’이다.
e커머스 분야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기술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해 온라인 쇼핑을 선점하고,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선물하기’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내는 것처럼 라인도 ‘라인 기프트’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게 Z홀딩스의 구상이다.
특히 라인은 친구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라인 기프트’, 여러 친구와 할인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공동 구매’, 인플루언서의 상품 소개를 시청하며 실시간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카카오가 카톡 기반 수익 모델로 성공시킨 ‘카톡 선물하기’, ‘카톡 톡딜’, ‘카카오 쇼핑 라이브’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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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Z홀딩스는 식당·숙박 예약 서비스와 음식 배달 서비스, 라인페이·페이페이와 연계한 간편결제 등 핀테크 및 광고·마케팅, 야후재팬 포털을 통한 공공 분야 디지털 전환 등 전방위적 사업 계획을 내놓았다.
일본은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 디지털 전환이 아직 느린 나라로 알려져 있다.
Z홀딩스는 향후 5년간 5천억엔(한화 약 5조 3천억원) 규모의 투자와 5천명 규모의 개발자 채용으로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이날 강조했다.
Z홀딩스의 일본 사업 전개는 네이버가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라인은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메신저 영향력을 발판 삼아 시장 점유율을 높인 상태다.
Z홀딩스 측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및 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선도 AI 테크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시장에서는 Z홀딩스가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공공연히 말해온 ‘미국·중국 거대 기업에 대항할 저항군 세력’이 될지 주목한다.
이 GIO는 이날 Z홀딩스의 지분 65%를 보유하는 지주회사 A홀딩스의 공동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을 50%씩 가지고, A홀딩스가 Z홀딩스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Z홀딩스가 라인과 야후를 100% 자회사로 두는 지배 구조다.
A홀딩스 사내이사로는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 후지하라 가즈히코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외이사로는 고시바 미쓰노부 제이에스아르(JSR)코퍼레이션 이사회 의장 등이 선임됐다.
A홀딩스라는 이름은 세가지 A에서 출현했다. A부터 Z까지 모든 걸 다 하겠다는 ‘A to Z’와 인공지능을 뜻하는 AI 또 아시아(Asia)의 A다. 즉, “모든 서비스에 AI를 실현해 아시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되겠다”는 이 GIO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해외 진출에 보다 박차를 가하게 됐다. Z홀딩스가 보유한 3억여명의 일본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툴과 데이터, 기술 기반 솔루션을 갖춘 우수한 커머스 기술 플랫폼을 선보일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한편, 네이버는 일본 시장외에도 지난 25일 스페인의 당근마켓 격인 ‘왈라팝(Wallapop)’에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지난 1월에는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