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맞아 외교부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대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 시절의 성과를 계승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척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체된 남북·북미 관계에 있어 유연하고 섬세한 외교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촉박한 시간 속 우선순위 설정이 관건… 文대통령 북미 중재 의지 표명
“우리 정부와 기조가 유사한 점들이 많고, 어떤 면에서는 코드가 맞는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문 대통령은 이틀 뒤인 20일 외교부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다시 발탁한 것.
이번 인사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분위기를 쇄신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촉박한 시간이다. 바이든 정부가 산적한 외교안보 정책을 하나하나 점검해나가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경우 6개월에서 1년 넘게 상황이 정체될 수 있다.
이에 북한 관련 이슈가 바이든 정부의 후순위에 밀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 때 이뤄진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바이든 정부도 같은 인식을 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도록 미국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장관에 베테랑인 정 전 실장을 기용한 것도 시간을 아껴 압축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인권·민주주의·비핵화 등 ‘가치’ 앞세우면 어려워질수도…섬세한 외교전략 필요
연합뉴스바이든 행정부가 ‘가치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북미 관계에 다소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정권은 인권, 민주주의, 국제질서 등의 기본 가치를 복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을 문제삼고, 군비통제 관점에서 지역별 핵관리에 들어갈 경우에 북미간 관계 진척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초반 북미간 관계 설정에 있어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밖에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에 있어서도 인권·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앞세워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우리 정부에 상당한 압력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문제는 물론이고 중국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 정부에 보다 유연하고 세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홍 실장은 “북한 비핵화에 있어서도 이제는 북미간 양자 협상보다 남북미를 포함한 다자 구도가 더 유효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 4개월의 임기 동안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유의미한 행보를 남기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외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