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미중과 중국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시위대의 ‘의회진격’ 후폭풍으로 너덜너덜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있다.
피트 호크스트라 주네덜란드 미국대사는 지난 11일 헤이그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주네덜란드 대만대표부 대표를 만났다.
피트 대사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만남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자국 외교관을 비롯한 관리들이 대만 당국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해온 자체 규제를 해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만 당국자들과 접촉금지’ 지짐 해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는지, 바이든 신행정부와 조율을 거쳤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을 총서기로 부르고 중국 공산당에 적대적이었던 폼페이오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은 틀림없다.
폼페이오 장관의 대만을 활용한 중국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13일부터 15일까지 대만에 보내 차이이원 총통 등을 만나게 할 계획이다.
크래프트 대사의 대만 방문은 대만이 1971년 유엔을 탈퇴한 뒤 처음 있는 현직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방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엘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과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의 방문에 열 받아 있던 중국으로서는 미중 수교의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허물려는 폼페이오 장관의 도발에 분기탱천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크래프트 대사의 대만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폼페이오 같은 트럼프 정부의 소수 반중국 정객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중미 관계를 해치고 있다”면서 “역사의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 방문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애국주의 성향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 상공을 점령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등 미·중 간에 오가는 ‘말 폭탄’ 속에 양안 관계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주 네덜란드 대사가 대만 대표부 대표를 만난데 대해서도 격렬하게 반응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합의를 준수해 대만 문제로 농간을 부리는 것을 중단하라”며 “미국이 잘못된 위험한 길을 더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임기를 일주일 남겨둔 폼페이오 장관의 대중국 ‘닥공'(닥치고 공격)은 일주일 뒤면 들어서는 조 바이든 신 행정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중국 압박 정책을 바꾸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곧 집에 갈 국무장관의 중국 압박은 바이든 신행정부가 중국 및 대만 전략을 짜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바이든 신행정부 인사들은 물론이고 중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