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BEV) 전쟁의 막이 올랐다.
2021년은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에서 특별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간 선두를 유지했던 테슬라의 독주를 막기 위한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의 추격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당장 1분기에 일부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모델Y가 먼저 링 위에 오른다. 1분기 출시 및 인도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5 ‘조기 출시’ 전망이 나온다. 당초 1분기 내로만 예정됐던 출시 시점이 2~3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어떻게든 두 차량이 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두 차량은 크로스오버 형태의 SUV로 자동차의 성격, 제원, 성능 면에서 비교해볼 대목이 많다.
모델Y는 13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월드몰점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인증을 마쳤고, 주행거리는 511㎞에 달한다.(20인치 휠 기준)
컴팩트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옵션에 따라 7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는 모델Y의 제로백은 3.7(퍼포먼스 트림), 5.1초(롱레인지 트림) 등이다.
무엇보다 자율주행 기능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토파일럿과 FSD(full self driving)는 모델3에 비해 업데이트 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직접 시승해본 모델3의 자율주행 기능은 현존 차종 중에서 가장 앞서 있었다.
때문에 성능 측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최신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테슬라를 따라잡았을 지가 가장 궁금해진다.
아이오닉5는 정확한 제원과 성능, 출시시점, 가격 등이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당초 12일 공개 예정이었던 티저 이미지 공개는 13일로 연기됐다.
공교롭게도 모델Y의 전시 시작 시점과 겹친 셈이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판매망이 사전계약과 동시에 일부 스펙을 공개했다. 현대 측은 “판매지역 별로 제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며 이 제원을 공식화하는 것을 꺼려했다.
오스트리아 대리점이 공개한 제원표에 따르면 아이오닉5의 전장은 4640㎜, 전폭 1890㎜, 전고 1600㎜ 등이며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천㎜이다.
반면 모델Y의 크기는 전장 4750㎜, 전폭 1921㎜, 전고 1624㎜, 축거 2890㎜ 등이다. 겉모습은 아이오닉5이 비해 다소 크지만, 실내 공간은 다소 작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오닉5의 출력은 313마력으로 제로백은 5.2초이다. 모델Y 롱레인지 트림과 거의 비슷한 가속 성능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최대 550㎞로 엇비슷하다.
두 차량이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충전 시스템이다. 모델Y가 400V 전압 시스템을 사용하는 반면 아이오닉5는 800V 시스템을 기본으로 가변적으로 400V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준비한 플랫폼인 E-GMP의 경쟁력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테슬라와 현대차가 각각 발표한 수치에 기반을 두고 비교하면 모델Y는 15분 충전으로 270㎞ 주행이 가능한 반면, 아이오닉5는 20분 충전에 400㎞ 이상 달릴 수 있다.
향후 충전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두 차량의 경쟁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전기차는 안전문제와 더불어 충전의 번거로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빠르게 자주 충전 가능한 차량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차량의 완성도, 정비의 효율성 등도 편의성 항목에서 중요한 경쟁 포인트이다.
정부가 친환경차 보조금을 대폭 인하한 상황에서 두 차량의 가격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기준은 6천만 원이다. 6천만 원 미만일 경우 100% 지급받지만, 6천~9천만 원 구간에서 50%, 9천만 원 이상일 경우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당초 모델Y의 예상 가격은 최소 6천만 원대에서 최대 7천만 원대로 예상됐었지만, 최근 중국 판매 가격을 인하했다. 우리나라에서 주요 트림을 6천만 원 미만으로 책정할지, 미국산과 중국산 중 어떤 원산지의 차량이 수입될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선 국산차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이오닉5는 6천만 원 미만으로 판매될 것으로 보이는데, 5천만 원대 초중반 중 어떤 수준에서 판매될지에 따라 최소 4천만 원대로 구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