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HFPA)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로 분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유는 ‘미나리’가 최소 51%가량 영어 이외 언어인 한국어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미리보기’로 불리는 골든글로브는 50% 이상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는 지침을 갖고 있다.
이에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 역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에 올랐으며,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룰루 왕의 ‘페어웰’ 역시 중국어가 많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든 바 있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작품은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에 참여한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을 담당했으며,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수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A24가 북미 배급을 맡은 ‘미국 영화’다.
(사진=트위터 화면캡처)’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영화는 이민자 가족이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야기”라며 “우리는 영어를 사용해야 미국인이라 정의하는 구식 규칙들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블 최초 아시안 히어로물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에서 주인공 샹치 역을 맡은 시무 리우도 “‘미나리’는 미국 주연 배우와 함께 미국을 무대로 한 미국 영화감독이 각본·감독을 맡고 미국 제작사에서 제작한 미국 영화”라고 꼬집었다.
영화·TV 프로듀서이자 미국 매체 베니티페어 편집자 프랭클린 레오나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예로 들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도 대부분 영어 대사가 아니지만 ‘미나리’와 같은 방식으로 분류되지 않았음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작가이자 감독, 프로듀서인 필 로드도 HFPA가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 제작자들은 (골든글로브를) 보이콧할 것”이라며 “이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