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앱 개발사가 콘텐츠, 아이템 등을 구글플레이에서 판매할 때 구글이 개발한 결제방식만 써야 하고, 수수료도 30%씩 내야 합니다. 앱 개발사는 부담이 커졌습니다. 수수료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미 애플은 2011년부터 모든 앱에 인앱 시스템을 적용해 3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 이용권(쿠키) 1개의 가격은 구글플레이에서는 100원,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20원입니다. 월 1만 900원의 멜론 스트리밍 플러스 상품을 앱스토어에서 결제하면 1만 5천원으로 껑충 뜁니다.
구글은 그간 ‘게임 앱’에 한해 30% 수수료를 떼 갔지만, 이제는 애플처럼 ‘모든 앱’과 콘텐츠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독과점이나 마찬가지인 애플과 구글이 이런 결제방식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잠깐, 인앱 결제란 무엇일까요?
무료 앱만 쓰신 분들은 ‘인앱 결제’란 말이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 앱스토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봅시다. 검색창에서 ‘게임’을 입력해보시겠어요? 앱 아이콘 옆에 작은 글씨로 ‘인앱 구매’라고 작은 글씨로 적힌 거 보이시나요?
‘인앱 구매’는 앱 구매부터 결제, 사용료 등 앱 구매에 관한 모든 활동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안에서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앱 마켓 내에서 결제가 진행됩니다. 언뜻 보면 간편해 보이긴 합니다.
문제는 앱을 살 수 있는 곳이 아이폰-앱스토어, 안드로이드-구글 플레이, 운영체제에 따라 단 한 곳뿐이라는 점에서 발생합니다. 토종 앱 장터인 원스토어가 있다지만, 한반도 유저 대상 앱 장터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구글플레이는 지난해 5조 99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체 서비스 중인 앱마켓 매출액의 63.4%를 차지했습니다. 앱스토어가 2조 3086억원(24.4%), 원스토어 1조 561억원(11.2%) 순입니다.
구글 ‘앱 통행세’ 논란에 원스토어를 대항마로 밀어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구글이 갑질한다고 원스토어가 그 반사이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애플 로고(사진=연합뉴스)◇ 갑질에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애플에 덤비려면 에픽게임즈 정도는 돼야죠
수수료 30%, 말 그대로 1천원짜리 앱 하나를 팔면 300원을 수수료로 떼어간다는 것입니다. 앱 개발사 매출의 30%를 가져가는 셈이죠. 더구나 구글과 애플은 인앱 구매를 강제해 다른 외부 결제 시스템으로 통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수수료 30%는 사용자가 앱을 구매할 때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일정 기간 서비스 이용 중에 결제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30%의 수수료가 붙습니다. 예를 들면, 게임 앱을 설치한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을 사면 살 때마다 30%의 수수료를 구글이나 애플이 떼어가는 식입니다.
애플은 앞서 욕을 많이 먹었고 지금도 많이 먹고 있긴 합니다. 다만, 아이폰이란 단말기와 앱 마켓이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권위자는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개별 앱사가 별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앱스토어에서 퇴출해버립니다. 이에 글로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유통사 에픽게임즈가 독재자 저지에 나섭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의 정책에 반발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길로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쫓겨납니다. 에픽게임즈는 양사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MS, 페이스북에 이어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잇따라 지지 선언을 합니다. 애플은 여전히 도도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더구나 같은 국적의 게임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퇴출해버리는 마당에, 국내 앱 개발사들이 무슨 수로 거대 공룡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기업들이 10년째 애플의 부당함을 외치긴 했지만, 애플이 꼬리를 내리기는커녕, 구글마저 애플을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구글과 애플의 국내 앱 마켓 점유율은 90%에 육박합니다. 글로벌로 진출하려면 원스토어에만 머무를 수만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간 두 번 다시 발도 못 들여놓을 테고요. 구글의 이같은 정책변경은 그래서 중요하고 또 무서운 것입니다.
애플(왼쪽)과 구글(사진=연합뉴스)◇ 애플, 전자 제품 콘텐츠도 사치품처럼, 애플 구매자는 ‘선택받은 자’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쓴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애플은 기술 기업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 회사로 변신했다고 얘기합니다. 애플이 10년째 인앱 결제, 30% 수수료가 지속 가능했던 이유는 기술 경쟁력도 있겠지만 애플 브랜드 전략에 있다는 건데요.
애플은 고객이 프리미엄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데엔 고객 스스로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믿도록 합니다. 메르세데스나 벤틀리 같은 자동차나 샤넬 에르메스 같은 사치품에 엄청나 프리미엄을 지불할 때와 마찬가집니다.
애플은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매매하더라도 프리미엄을 매기려면, 다른 사치품처럼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했습니다. 나아가 애플 구매자는 ‘선택받은 자’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애플이 안드로이드의 맹추격에도 초연할 수 있는 이유는 사치품이 된 애플 브랜드가 경쟁에서 보호해주기 때문입니다.
전략은 통했습니다. 글로벌 OS(운영체제) 점유율은 구글이 85%로 훨씬 높지만, 글로벌 앱마켓 매출은 애플이 구글을 크게 앞섭니다.
최근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앱스토어 매출은 190억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동기(145억달러)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103억달러(약 12조원)로 전년 동기(77억달러) 대비 33% 늘었습니다. 애플이 구글보다 한 분기에 약 10조원을 더 벌어들인 셈입니다. 비대면 문화 확산과 모바일 앱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구글이 인앱결제 강행을 한국 앱시장에서 시작했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구글이 글로벌 사장에서의 애플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국가보다 안드로이드 영향력이 큰 한국 앱 시장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거죠. “애플 말고 너네꺼 열심히 써줘서 키워줬더니, 그걸 미끼로 돈을 올리냐?” 구글이 더 욕먹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구글(사진=연합뉴스)◇ 애플이 명품회사로 변신했다면 구글은 공익 기업처럼 위장…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구글은 애플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애플이 처음부터 당당하게 명품 기업으로 변신했다면 구글은 공익 기업으로 위장했습니다. 여기서 애플과 구글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생깁니다.
구글이 나타나기 전에는 MS가 불패 신화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MS야말로 원조 거인 기업이자 기업을 죽이는 저승사자였습니다. 구글은 MS에 맞서기보다는 옳은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해보기로 합니다.
단순한 홈페이지, 광고업체에 휘둘리지 않는 정직한 검색, 다른 시장에 관심 없는 태도 등으로구글은 위협적이라기보단 매력적으로 어필합니다.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철학적인 모토나 근무시간의 10%만 할애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데 쓰라는 자유분방한 근무환경, 반려견을 데리고 함께 잠을 자는 이미지 등은 구글의 이미지를 착하게 부각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절대 자선 사업가가 아닙니다. 구글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장막 뒤에서 전 세계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통하는 루트를 하나로 꿰겠다는 전락을 수행하고 있었죠.
구글은 현재 인터넷상에 있거나 앞으로 나올 생산적인 정보의 모든 캐시(데이터를 저장해두는 임시 장소)를 포착하고 통제하는 데 있습니다. 오로지 이 목적만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위치 정보(구글맵), 지리(구글어스와 구글오션), 절판된 모든 책의 콘텐츠(구글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와 저널리즘 관련 저작 콘텐츠를 확보하는(구글뉴스) 일이 다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안드로이드폰에 깔린있는 수많은 앱까지.
막대한 시장지배력만큼이나 구글은 국내외에서 반독점 행위로 제소당하곤 합니다. 이럴 때마다 구글은 성스럽게 대꾸합니다. “우리의 혁신과 제품 개선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경쟁도 한층 촉진됐다고 믿는다”
◇ 갑질한다고 구글, 유튜브 앱 지울 수 있을까요? 플랫폼 독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애플의 거만한 독주에도 10여 년의 시간동안 누구도 기술기업들을 규제하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그렇지 뭐, 역시 애플 하네~” 울며 겨자 먹기로 콧대를 꺾지 못했고 구글에게도 애플의 길을 터준 건 아닐까요?
구글은 개인 정보를 무료로 가져가고 다시 돈을 받고 팔겠다고 합니다. 이제 무서운 속도로 커지는 기술기업을 그냥 두고볼 수는 없는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7일 국감에서 구글을 질타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현실적으론 규제만으로 구글의 인앱 결제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글의 수수료 정책 변경을 위법으로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역외 적용 여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글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미 30% 수수료를 모든 앱에 부과하고 있는 애플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한 것도 있고요,
오히려 이 과정에서 글로벌 IT기업 규제가 국가 간 무역 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됩니다. 규제도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승자 독식 구조에서는 규제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도가 앞서 인앱결제를 미뤘다고 하지만, 이 역시 미룬 것이지 철회는 아닌 것처럼요.
구글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이미 안드로이드 OS에 익숙해졌고, 지식, 정보, 편리함에 대한 욕구는 만족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이 그런 정보를 편안함을 얻기 위해 고개 숙여 안드로이드폰을 만지며 더 큰 지식을 기도하는 만큼, 구글은 그 기도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싸이월드가, 야후가 뒤안길로 사라지고, IBM, 페이스북도 예전만 하지 못하는 건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고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떠났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애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건 규제도 좋지만, 이들 두 독식자에게 몰린 힘을 분산해줄 또다른 사업자와, 깨어있어줄 소비자입니다. 물을 뒤집어쓰기 전까지는 자기 몸이 서서히 젖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