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내년부터 사용할 새 여권의 표지 모양을 확정해 공개했다. ‘중국’이라는 글자는 작게, ‘대만’이라는 글자를 크게한 게 특징인데 또 다른 분리독립 시도라며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장관 지난 2일 새 여권의 표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대만인들이 중국인으로 오인되지 않고 해외여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새 여권이 대만의 신분을 높이고 국민들의 해외여행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뀌는 여권 디자인을 보면 대만의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 글씨는 조금 작아졌고 영문명인 ‘Republic of China’는 아예 없어졌다. ‘중화’,’China’ 등의 단어를 없애거나 지움으로써 대만인이 중국인으로 오인되는 혼란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없어진 ‘Republic of China’는 중화민국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의 테두리를 둘러싸는 작은 동심원과 큰 동심원 사이에 새겨져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기존 여권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 아래에 있던 영어 글자 ‘Taiwan'(타이완)의 글씨 크기는 훨씬 커졌다.
새로운 여권의 표지 디자인은 입법부의 승인을 거쳐 내년 초부터 도입된다. 우자오셰 장관은 국제항공운송협회와 다른 국제기구 등에 대만의 변화된 여권 디자인을 알려 새 여권의 인증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여권 표지 디자인을 바꾼 표면적인 이유는 당국의 설명대로 대만인이 중국인으로 오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만인들은 코로나19 기간에 세계 곳곳에서 중국인으로 잘못 인식되면서 장시간에 걸친 정밀 검사는 물론 심지어 구금까지 당하는 차별과 수난을 당했다.
하지만 표지 변경이 대만의 주권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중국이 분리독립을 향한 또 다른 움직임이라며 반발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민진당 소속의 천슈이벤 정권 시절인 2003년에 여권 표지에 처음으로 ‘대만’이라는 글자를 추구했던 계략과 유사하다며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대만이 중국의 양도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사실은 대만 당국이 어떤 속임수를 쓰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