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미국동부시간) 밤에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에는 뜻밖의 연설자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때 거물로 통했던 공화당 정치인들이다.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전 뉴저지 주지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했던 메그 휘트먼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 수전 몰리나리 전 하원의원,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가 주인공이다.
진행자는 이들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조 바이든 후보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밤 2시간 가량 진행된 민주당 전대 첫날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연설 직전에 차례로 등장한 이들은 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을 놔두고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탓에 사전에 녹화된 영상에서 이들은 별다른 주저함이나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가장 먼저 출연한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은 “내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냐고? 나는 평생 공화당원으로 살아왔다. 우리 부모님도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소개받았었다. 이제 그건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이건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에 대한 문제다. 점잖은 사람, 믿을 만 한 사람, 강한 사람, 우리 경제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사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과도 함께 일할 사람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조 바이든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고 말했다.
메그 휘트먼은 “도널드 트럼프는 경제는 물론 기업조차도 경영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반면 조 바이든은 우리 경제와 노동자들, 자영업자들을 튼튼히 할 계획을 가진 사람이다. 내게 선택은 간단하다. 나는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수전 몰리나리도 “나는 트럼프를 오래 알아왔다. 아주 실망스럽고, 지금은 아주 충격적이다. 바이든과는 여성 문제와 관련해 같이 일을 했었다. 내가 그를 자랑스럽게 친구라고 부르는 이유다”고 추켜세웠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한 공화당 소속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마지막으로는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가 나섰다.
그는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에 대한) 지지는 국가에 대한 책임감 다음에 온다. 그래서 이 전당대회에 등장하기로 했다. 보통 때라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보통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케이식 전 주지사는 공화당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당이고 공화당의 유산이 자랑스럽지만 지난 4년은 이러한 원칙에 어긋났다면서 자신과 함께 민주당에 표를 던지자고 촉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30년간 알았다면서 보통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이해하고 서로에게서 인류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밖에도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는 평생 공화당원이었다는 일반인들이 잇따라 영상에 등장시켜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에 동참하라고 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