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서 여성복 제조 및 유통을 하는 크리스티나 박 대표(사진)에게 지난 5월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거래중이던 백인 고객이 뜻밖의 상담을 해왔기 때문이다.
2000여명의 고객 가운데 상당히 큰 손에 속하는 그 여성 고객이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을 납품해 줄 수 있느냐”고 문의해 왔다는 것이다.
22년간 여성복을 취급해 오면서 한국에서 생산한 옷을 특별히 찾은 고객은 없었다고 한다.
박 대표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동안 ‘코리아’에 대해서는 사업과 관련이 있건 없건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던 고객이라 더욱 놀랐다.
“그 손님이 말하기를 구매하려는 옷에 ‘메이드인 차이나’ 태그가 붙어 있는 것을 싫어하는 손님들이 하나 둘 생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원산지를 바꾸는 걸 고려중이었는데, 팬데믹 이후에 하도 한국 이야기들을 많이 하니까 ‘메이드인 코리아’면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주문을 하게 된 거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같은 제품이라도 중국산 보다 20% 정도 가격이 더 비싸진다고 했는데도 그 손님은 상관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6월에 들어온 주문량이 한 가지 디자인으로 된 톱(윗옷)과 드레스(원피스) 1000장. 매출액으로는 15,000달러(당시 환율기준 1800만원)였다.
박 대표가 한국산 원단을 중국으로 가져가 생산을 해왔던 터라 생산라인만 한국으로 옮기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달여 뒤 두 번째 오더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된 600장의 옷이었다.
1차로 납품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본격적인 한국제품 도입에 앞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박 대표는 그동안 매출의 50%는 한국산 원단으로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반입한 물량에서 올렸고, 나머지 50%는 한국산 원단을 가지고 미국에서 옷을 생산해 납품한 물량에서 올렸다.
그러던 그가 이제 중국 공장을 접기로 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 때 보다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내가 태어난 내 나라에서 처음으로 물건을 만들게 됐으니 신기하기도 하고요.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을 저희 고객들 가운데 규모가 큰 곳에 납품을 해보려고 해요. 저희 업종의 특성상 스톡(재고)을 키워야 매출을 늘릴 수 있거든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하는 거죠.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느낌도 들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박 대표의 목소리에서 자신감, 열정, 욕심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