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유럽 관광객이 박물관에 전시된 200여년 된 유명 조각상에 걸터앉아 셀카를 찍다 조각상을 파손한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난 것으로 드러나 현지 문화재 당국이 분노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 금요일(현지시간 31일)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트레비소 외곽에 있는 ‘안토니오 카노바 박물관’에서 조각상의 발가락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전주의 양식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1757∼1822)의 주요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확인된 한 관광객이 작품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에 앉아 셀카를 찍다가 발가락 부분을 파손한 것이다.
212년 전인 1808년쯤 석고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인 보르게세 가문에 시집온 나폴레옹의 여동생 파올리나 보르게세를 형상화했다.
셀카를 찍던 오스트리아 관광객은 작품을 파손했는데도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채 그대로 박물관을 떠났다가, 박물관내 설치된 CCTV로 인상착의가 확인돼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
문화재 훼손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박물관측은 경찰에 즉시 신고했으며, 문제의 관광객이 이탈리아를 그냥 떠나게 놔두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박물관 책임자인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이 무지몽매한 문화재 파괴 행위를 철저하게 규명하는 한편 범인이 처벌받지 않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허용하지 말 것을 경찰과 사법당국에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화재 당국은 파손된 부분에 대한 복구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의회에는 문화재 파손행위에 대해 최대 징역 8년의 징역형 또는 10만 유로(1억 4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문화재 훼손 처벌법안’이 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