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폭행 범죄 피의자 신분의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을 한달 가까이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차례에 걸쳐 월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경찰이 이를 무시하다 뒤늦게 출국금지, 구속영장 신청 등의 조치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24)는 지난달 12일 주거지에서 탈북민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같은달 21일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피해여성의 남자친구로부터 신고를 받은 즉시 병원에서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지난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여성의 몸에서 피의자의 유전자 정보(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성폭행 혐의가 어느정도 인정되는 피의자 신분으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경찰은 조사 이후 한달 동안 전화 한통조차 하지 않다가 지난 20일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행적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미 김씨는 인천 강화도 접경지로 이동해 북한으로 넘어간 뒤였다.
한달만의 전화도 김씨의 지인으로부터 접수된 신고 때문이었다.
김씨의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B씨는 지난 18일 “아는 동생(김씨)이 차량을 빌려간 후 돌려주지 않는다”며 112 신고한 뒤 3차례에 걸쳐 추가 신고했다.
경찰은 “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초기 신고 3건은 사건 접수조차 하지 않았고, 마지막 신고만 형식상 수사과에 접수했다.
B씨는 18일 오후 “피의자(김씨)가 피해자를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신고에 이어 19일에는 “김씨가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로 갔다”고 제보도 했다.
결국 경찰은 김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전화를 받지 않자 같은날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4일이 되서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경찰은 관리 부실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늦장 대응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제보자를 만나서 구체적 상황을 청취한 이후 조치하다보니 미흡한 부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