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오는 24일 오후 4시까지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국제법과 미·중간 영사협정을 위반한 일방적인 도발이라며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의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맞불 카드로 지난 1월 말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문을 닫고 철수했다가 지난달 업무를 재개한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무역분쟁, 코로나19 기원, 홍콩보안법, 남중국해 등 사안 사안마다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제재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던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꼬이면서 중미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중 휴스턴 총영사관의 폐쇄를 요구한 사실은 환구시보 총편집인인 후시진이 22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에 72시간 이내에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을 폐쇄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열린 중국 외교부의 정례브리핑에서 왕원빈 대변인은 휴스턴 총영사관의 폐쇄를 요구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받고 터무니없고 부당한 조치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히면서 기정사실화 했다.왕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중국 체제를 부당하게 공격하고 중국 외교관과 영사관 직원들을 괴롭히고 유학생들을 협박하고 이유 없이 억류한 데 이어 영사관을 단기간에 폐쇄하도록 일방적으로 조치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과 지난 6월에 미국 내 중국 외교관에 제재를 부과하고 외교 행랑을 여러 차례 임의로 열어보고 공적 물품을 몰수하는 등의 횡포를 저질러 왔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이 말한 외교관에 대한 제재나 유학생 구금은 미국이 중국 외교관 2명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하고 중국 연구자가 연구 샘플을 밀반출하려다 미국 공항에서 검거된 사건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의 발표 직후 미국 국무부는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가 미국의 지적 재산권과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폐쇄를 요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덴마크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 발표를 보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요구는 앞서 알려진 스파이 행위에 따른 외교관 추방조치와 별개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스파이 행위가 벌어진 곳은 워싱턴 인근의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군사기지로 이로 인해 중국 대사관 직원 2명이 추방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휴스턴은 텍사스주 남동부에 있는 도시로 미 항국우주국(NASA)이 위치해 있다.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은 미중수교 이후 중국이 미국에 개설한 첫 영사관이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를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증거를 내놓더라도 중국이 인정할 가능성은 낮은 상태이고 오히려 우한 총영사관 폐쇄 같은 상응 조치로 맞대응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관계가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나 한층 복잡하고 긴 터널 속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