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일요일(5일) 성 베드로성당 정오 예배에서 사전에 배포되었던 홍콩의 사회적, 종교적 자유에 대한 주의와 걱정 부분을 누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하지 않는 것)를 조건으로 미리 배포된 교황의 연설문에는 홍콩보안법 시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사회적 종교적 자유에 대한 ‘주의와 걱정’이 실제 연설에서는 빠진 것이다.
미리 배포된 연설문에서 해당 부분은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의 진심 어린 걱정을 표현하고 싶다. 이 현재 상황에서, 당면한 문제들은 매우 민감하며 그곳의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중략). 사회적 삶, 특히 종교적인 삶은 국제법과 규정에서 완전하고 진정한 자유로 표현될 수 있다”로 표현돼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문제에 대한 언급을 생략하기로 한 교황의 결정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베이징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리 배포된 연설문에는 관련 문구를 넣었다가 그냥 지나간 것은 미리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바티칸 사이의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교황이 중국 내부 문제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홍콩의 종교적 자유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다.
바티칸은 중국 주교 임명에 관한 2018년 합의를 재협상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중국이 인정하는 카톨릭교회와 비인가 교회 간의 균열을 치유하려 하고 있다.
교황청은 중국이 임명하는 주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후 2018년에 중국의 의견을 참고해 바티칸이 주교를 임명하는 방식에 합의해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 소재 한 연구원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현 단계에서 교황의 입에서 나온 어떤 잘못된 표현도 ‘2018년 주교 합의’를 이루기 위해 힘들게 노력했던 이전의 노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