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대서양 건너 영국 노예 무역상 동상 파괴로 번지는 등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세계 각국에서 폭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BBC와 CNN 등에 따르면 영국 서부 항구도시인 브리스틀에서 시위대가 17세기 유명한 노예무역상인 에드워드 콜스톤의 동상을 밧줄로 쓰러뜨린 뒤 환호했다.
브리스틀은 영국 노예무역 거점지로 2017년 현재 전체 인구 47만 명 중 백인이 84%, 흑인 6%, 아시아인 5.5%로 영국의 주요 도시 가운데 드물게 아시아 인구보다 흑인이 많은 것도 이같은 역사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콜스톤 동상이 무너진 뒤 한 시위자는 미국 경찰이 플로이드에게 했던 것처럼 콜스톤의 목을 오른쪽 무릎으로 누르기도 했다.
시위대는 콜스톤의 동상을 데굴데굴 굴려서 항구 쪽으로 옮긴 뒤 바닷물에 던져버렸다.
콜스톤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8만 명의 남녀와 어린이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로얄 아프리카 회사 직원으로, 콜스톤 동상은 브리스톨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1721년 숨지면서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했지만 유산은 여전히 브리스톨의 거리와 기념비, 각종 건물에 남아있다.
7일 영국 브리스틀에서 시위대에 끌어내려진 에드워드 콜스톤의 동상이 짓밟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역사학자 데이비드 올루소가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콜스톤 동상이 오래전에 철거됐어야 했다”며 만시지찬임을 밝혔다. 조지 플로이트 사태가 대서양을 건너와 수백년 동안 내려온 치욕의 조형물을 철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올루소가 교수는 “‘콜스톤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노예상인이자 살인자였다”고 강조했다.
마빈 리스 브리스틀 시장은 성명에서 “동상을 없애는 것이 의견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인류에 대한 모욕을 상징하는 동상을 발견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동상 철거가 완전히 수치스럽다. 시위대가 항의하는 것이 공공 무질서 행위를 말해준다”며 반발하고 동상 철거 가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