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허츠(Hertz)는 바이러스 때문에 무너진 것만은 아니었다.세계 최고의 렌터카 회사 허츠의 지난 22일 파산신청 소식은 미국 내에서도 ‘놀랄’ 일이지만, 동시에 ‘논란’도 되고 있다.
처음에는 바이러스 때문에 무너진 줄 알고 동정론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려지지 않았던 파산의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파산신청 소식이 전해진지 나흘만인 26일에도 미국 언론들은 관련 소식을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악시오스의 보도는 허츠가 파산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잘 다루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허츠는 금융공학계의 프랑켄슈타인이었다고 한다. 2005년 사모펀드에 매각된 이후 줄곧 사모펀드들의 현금화에 젖줄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2005년 허츠를 포드로부터 인수한 사모펀드 ‘클레이튼 더블리에 앤 라이스(Clayton Dubilier & Rice)’는 당시 허츠를 148억 달러에 매입했다.
하지만 실제로 든 자본은 23억 달러였다. 이 사모펀드는 이후 지분을 칼라일 그룹과 메릴린치와 3등분했다. 그리고 다시 금융공학을 활용해 69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로부터 6개월만에 이 사모펀드는 10억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자신의 재정적 위험을 제거했고, 이어 매입 1년만에 허츠를 상장시켰다.
당시 허츠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95%에 이르렀다.
허츠는 렌터카로 돈을 벌었지만 사실은 자동차 리스사업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했다.
자동차 리스사업 역시 금융업이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다음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린 뒤 다시 차를 구매했다. 그리고 구매한 차로 다시 렌터카나 리스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이런 식의 사업으로 사모펀드는 회사의 덩치를 키웠고 ‘달러 트리프티’라는 경쟁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2013년 지분을 정리하고 떠났다.
이들이 떠난 뒤 허츠의 과거 부실회계가 수면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허츠는 이후 2014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먹잇감이 됐다.
칼 아이칸은 허츠의 회계부정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최고경영자까지 내쫓아내며 우호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하지만 장부상으로만 커온 회사였기에 코로나19의 바람은 이 회사에 태풍처럼 크게 다가왔다.
결국 다른 기업들보다 빨리 쓰러지고 말았다.
파산신청 당시 허츠가 짊어지고 있던 부채는 37억 달러. 자동차금융 자회사의 부채는 134억 달러였다.
파이낸셜타임스 수짓 인답(Sujeet Indap)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허츠를 은행이라고 적었다. 은행은 은행인데 자동차를 렌트도 해주는 은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