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대만의 TSMC가 중국 화웨이로부터 신규 수주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화웨이에서 설계한 칩의 생산을 위탁받아 반도체를 제조하는 일종의 파운드리(Foundry·생산기지)이다.
미국이 자신들이 개발한 장비 등을 사용해 제 3국에서 만든 반도체를 허가없이 화웨이에 팔 수 없다고 선을 그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TSMC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일각에선 시장에서 나돌고 있는 루머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재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의 주문을 받은 TSMC 등이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스마트폰용 AP(Application Processor)칩을 만들어 화웨이에 수출하는 경우만 해당된다. 즉, 시스템 반도체가 해당 사항이라는 말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의 AP, 다양한 센서, 통신 솔루션, 디스플레이 구동칩, 스마트카드 IC, 전력관리반도체 등 종류가 다양하고 자율주행차, 5G 네트워크, 인공지능,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 활용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IHS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의 국가별 시장 점유율은 북미가 59.8%를 차지하고 있고 유럽·중동·아프리카가 12.8%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일본 10.4%, 대만 4.9%, 중국 3.9%, 한국 3.8% 순이다.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되면,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대만으로부터 핵심 반도체의 공급을 받지 못해 자연스레 5G폰 개발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공급량이 큰폭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될 경우 기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화웨이의 추락은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화웨이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그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각각 8조원, 5조원어치의 메모리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각각 3%, 18%다.
그런데 만약 미국의 제재 조치가 시스템 반도체를 넘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로 확대된다면, 또 상황은 급변한다. 말 그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게되는 셈이다. 미국 장비 없이 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경우 2018년 세계시장 점유율(Source : IHS)은 한국이 72.4%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가 시스템 반도체에 국한될 경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업체의 경우 리스크 관리가 될 수 있겠지만, 메모리 반도체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의 타격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