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가출한 이후 장애가 있는 딸과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지만 코로나사태로 벌이가 변변치 못합니다. 그 동안 남편이 돌아올까 살던 아파트를 떠날 수 없었지만 이번달에 렌트비라도 줄일 요량으로 싼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A씨)
“초등학생 아들이 마트에서 과자 한봉지를 들었다 놨다하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저는 파트타임, 남편은 투잡으로 생활해왔지만 코로나사태 이후 벌이가 끊기면서 렌트비도 못 내게 돼 남편 차를 팔게 됐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고래밥과 꿀꽈배기도 못사주는 무능력한 부모로 염치없이 적어봅니다.”(B씨)
“70대의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차가 없다보니 걸어서 1시간 이내의 직장만 전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사태 이후 도보로 출퇴근하면서 돈을 벌만한 잡은 더욱 구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주로 이주해 볼까 고민도 많이했지만, 최근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어머니 때문에 막막합니다.”(C씨)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인 소식지 ‘애틀랜타K’에 전해진 교포들의 사연들이다.
이 외에도 수 십 명이 보내온 사연들 가운데는 눈물 없이 읽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았다.
애틀랜타K가 교포들 가운데 코로나19사태로 위기에 처한 동포 가정들의 이야기를 채집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지난 8일 이 지역 한 독지가가 애틀랜타K 이상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렵게 된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보내고 있는데 이를 못 받는 교포들이 그렇게 많다고 들었는데 그게 맞느냐”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서류상의 미비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나 세금 낸 기록이 없는 분들은 지원금 지급 대상이 못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독지가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면 내가 3만 달러 내겠다”고 말했다. “그 정도는 내야 렌트비 같은 실질적인 도움이 돌아가지 않겠냐”면서.
결국 몇 번의 의사교환 끝에 어려운 처지의 20가정에 1500달러씩 지급하자고 결정했다.
기왕이면 빨리 도와주자고 해서 이 대표는 다음날 곧바로 소식지와 한인 커뮤니티에 공고를 내고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다.
앞서 소개한 글은 그들 신청자들이 보내온 사연들이다.
하지만 16일까지 사연을 모두 받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선정하기가 너무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처지의 동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부자는 20가정만 주기가 너무 힘들다며 3가정을 지원 대상에 더 포함시키자고 했다.
결국 기부자는 4500 달러를 추가로 기부했다.
지원금은 21일에 전달됐다. 수령하러 온 6명에게는 직접 전달했고, 오지 못한 17명에게는 수표가 발송됐다.
수령하러 온 6명 가운데는 한 명인 D씨는 “얼굴도 모르는사람 돕기 쉽지 않는데 이런 분을 뵙게 되니 희망이 생겼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런데 앞서 한창 사연들이 접수되던 12일 놀랍게도 추가 기부자가 나타났다.
두 번째 기부자는 “누군가 좋은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3만 달러로는 이웃들을 돕는데 조금 모자라지 않을까 싶어서 나도 3만 달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틀랜타K는 이번엔 조지아주 외에 인근 6개 주에 거주하는 교민들로까지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1인당 500~1500 달러씩 30가정에게 지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3만불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이런 독지가가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도 있지만 기부라는 바이러스도 있는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한편, CBS노컷뉴스는 지원금 전달식이 있던 21일 이 대표에게 기부자와의 인터뷰 주선을 부탁했다.
이 대표는 “아직 기부자가 자신의 실명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고 있지만 말은 해 보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 이 대표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이런 이야기가 고국에 알려지면 애틀랜타로 이민 오겠다는 분이 늘지 않겠냐’며 어렵게 설득했다며 기부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다.
하지만 기부자와는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틀간 몇 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기부자는 끝내 답신을 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