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가구 마스크 배포를 선언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당초 예상보다 사업비는 줄었지만 배포율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마스크’ 사업비 총액이 약 260억엔(한화 약 296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아베의 마스크라는 뜻인 아베노마스크는 아베 신조 총리 주도로 일본 전역에 배포된 천 마스크를 말한다.스가 장관은 260억엔 가운데 제조 비용으로 184억엔, 배송비로 76억엔 등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1일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 가구에 마스크 2장씩을 배포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전망한 사업비는 466억엔이다.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해당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며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초 일본 정부는 마스크 배포를 5월 중으로 마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29일 기준 배포 매수는 4800만장으로 약 37%에 그치고 있다.
◇ 배포 지연·불량 속출…받아도 안 쓰는 ‘아베노마스크’
‘아베노마스크’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사업 단계부터 꾸준히 지적됐던 부분이다. 이물질이 섞인 불량품이 대거 발견된 것은 물론 세탁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세탁 이후 크기가 작아진다거나 너덜너덜해지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또 2인 가구 이상인 세대에 단 2장만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도 따랐다.
일본 정부가 전 가구에 배포하고 있는 ‘아베노마스크’. (사진=SNS 캡처)이같은 문제 등으로 인해 ‘아베노마스크’는 사실상 조롱 대상으로 전락했다.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는 아베노마스크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보다 사이즈가 현저하게 작다는 점을 활용해 SNS에 이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 올려 ‘소두'(小頭)를 자랑하는 이른바 ‘아베노마스크 인증’ 게시물이 유행하고 있다.
실제 마스크를 받더라도 착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일본 생활 잡지 ‘ESSE’가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넘은 70%가 아직까지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마스크를 수령했더라도 본인 또는 가족이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독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 남편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긴급사태가 해제된 이후 받았기 때문에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독자는 “초등학생 딸조차 세금 낭비라고 얘기한다. 왜 이같은 정책을 밀어붙였는지 궁금하다”며 “기자회견과 국회 등을 볼 때마다 아베 총리 외에는 아무도 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베 총리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일갈했다.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아베노마스크’를 기부하는 움직임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기부보다는 직접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기부는)각자 선택할 문제지만 여러번 세탁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그렇게 활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