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10년의 야인생활과 와신상담 끝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 당선인은 8일 당선 소감에서 “분골쇄신해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이 다시 뛰도록, 그리고 대한민국이 반듯이 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내내 ‘언더독’으로 분류된 오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서울시장 자리를 걸며 시작된 10년간의 야인 생활에도 마침표를 찍었고, 동시에 야권 중심으로 복귀했다.
◇ ‘언더독’ 오세훈…나경원, 안철수, 박영선 격파
오 당선인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꺾었다.
오 당선인은 당선소감에서 “위중한 시기에 제게 일할 기회를 준 것은 지금 산적한 과제를 능수능란하게,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서울시민을 보듬으라는 지상명령으로 받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궐선거 내내 ‘언더독의 승리’를 보여줬다.
오 당선인은 출마 당시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에 들어오면 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출마 선언으로 삐걱거렸다.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을 압박하기 위한 조건부 출마 선언이었지만, 이를 두고 당내에선 “무슨 이런 출마 선언이 있느냐”는 등 비판이 거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은 불발됐고, 오 당선인은 뒤늦게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본인 스스로도 “손해를 봤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렇게 열린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선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오 당선인은 당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나 전 의원과의 여론조사 대결에서 계속해 밀렸다. 10년간의 정치 공백이 있던 오 당선인과 달리, 나 전 의원은 최근까지도 원내대표를 맡는 등 당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오 당선인은 뒷심을 발휘하며 끝내 지난달 4일 나 전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붙은 야권 단일화 경쟁에서도 오 당선인은 초반 열세를 뒤집고 끝내 승리했다.
안 후보에게 여론조사 내내 밀리던 오 당선인은 지난달 11일에서야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제치며 상승세를 탔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결집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까지 터지며 국민의힘으로 표심이 쏠렸다.
두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일화 룰을 두고 양당의 갈등도 격해졌지만 오 당선인은 안 후보마저 꺾고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무상급식에 10년 야인생활…단숨에 野중심으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까지 꺾은 오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10년을 이어간 야인 생활도 종료했다.
그는 서울시장이었던 지난 2011년 8월, 무상급식을 두고 서울시의회와 갈등을 빚자 이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자리도 함께 걸었다.
하지만 투표율이 25.7%로 유효투표율(33.3%)에도 미치지 못해 개표조차 못했고, 오 당선인은 그해 8월 26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한나라당에선 “최악의 수”, “개인 명예를 위해 당을 걸었다” 등의 비판이 거셌다.
그렇게 야인이 된 오 후보는 이후 교직, 해외봉사 등을 다녔다. 이후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종로에 출마하며 정계 복귀를 노렸지만 패배했다.
이어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광진 을에서 낙선하며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승리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단숨에 야권 중심으로 복귀했다.
다만 한동안은 서울시정 파악 등으로 당내 사안에 깊게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 후보가) 야권 중심으로 들어섰다”면서도 “서울시정과 민주당 중심의 시의회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당장 당내에 신경 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