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격화하면서 주요 도시들이 역대급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뉴욕에서는 주지사와 시장이 주 방위군 투입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행정 난맥상까지 겹쳤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2일(현지시간) “평화로운 도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뉴욕시에 대한 야간 통행금지를 이번 주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뉴욕시는 과격 시위와 함께 맨해튼과 브롱크스 등지의 백화점과 명품 매장이 약탈당하자 전날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처음으로 야간 통금을 실시했는데, 이 조치를 7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뉴욕시에서는 1943년 8월 백인 경찰관이 흑인 병사에 총격을 가해 할렘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지자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됐었는데 이번에 7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한 조치가 등장하게 된 것.
야간 통금 조치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약탈행위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에서는 지난달 31일 맨해튼 소호 지역에서 대규모 약탈행위가 있었고, 1일 밤에는 맨해튼과 브롱크스 등지에서 약탈이 이어졌다. 맨해튼의 경우 헤럴드 스퀘어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과 유니언 스퀘어의 노드스트롬 매장을 비롯해 10여곳의 가게가 털렸다.
뉴욕시는 경찰 병력을 기존의 4천명에서 8천명으로 두배 증강했지만 통금 시간인 밤 11시 이후에도 시위와 약탈은 계속됐다.
LA한인타운에 배치된 주방위군(사진=연합뉴스)주지사 “방위군 투입해야” vs 뉴욕시장 “필요없다” 이견
지방정부가 상황 통제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더해서 주지사와 시장은 대응 수위를 놓고 이견을 노출하는 내부 난맥상도 노출되고 있다.
같은 당 소속인 뉴욕주지사와 뉴욕시장이 주방위군 투입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2일 기자회견에서 “어젯밤 일에 기분이 좋지 않다. 경찰이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뉴욕시에서 일어난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문제를 과소평가했다고 믿는다”면서 “상황에 대응할 충분한 경찰 병력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어 폭력과 약탈 행위를 막기 위해 뉴욕시에 주 방위군을 투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더블라지오 시장이 반대했다고 몰아부치면서 뉴욕시장에 대한 파면 권한까지 주장했다.
“시장은 파면될 수 있다. 전례는 없지만 이론적으로, 법적으로 가능하다”고까지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와 더블라지오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에 대해 더블라지오 시장은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주 방위군을 뉴욕시에 투입할 필요도 없고 그것은 현명하지도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 훈련되지 않은 ‘외부의 군’을 투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다만 뉴욕시에 대한 통행 금지를 오는 7일까지 연장하고 통행금지 시간도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확대했다.
약탈자에 대해서는 ‘갱'(gang), ‘범죄자’ 등으로 지칭하며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힘든 며칠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